• 똥과 4대강사업
                                                      
          오효진/언론인, 작가, 평론가


  • 4대강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라고 떠들썩하다.
    대형공사가 있을 때마다 벌어지는 관례적 야단법석이다.
    인천공항이 부실덩어리라고 매체마다 대서특필 하더니 이젠 세계 1등공항이라고 입에 침이 마른다.

    경부고속전철이 완공됐을 때도 그랬다.

    여기 저기 콘크리트 벽에 금이 간 부분을 확대촬영해서 보여주며 곧 무너질 것처럼 게거품을 물었다.
    그러더니 이제와선 그런 말은 쏙 들어가고 고속철도 기술이 세계최고 수준이라면서 수출소식에 박수를 치고 있다.

    이런 전례로 봐서 4대강사업 부실운운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 것이고, 얼마 지나면 그때 그 사업을 하길 잘했다고 침이 마를 것 같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수출하라고 번쩍거릴 것이다.

    4대강사업을 해야 되는 이유가 많겠지만 내가 첫 번째로 꼽는 이유는 [똥]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강변이나 냇가나 어딜 가도 물 근처엔 큰 밭이 있다. 작은 냇가엔 작은 밭이 있고 큰 강가엔 넓은 밭이 있다. 웬만한 냇가나 강가엔 수만 평, 또는 수십만 평의 비옥한 밭이 펼쳐져 있다.
    사람들은 대개 이런 밭에 채소를 기른다.
    채소 농사가 쉽기 때문이다.
    퇴비를 펴고 물을 잘 공급해주면 채소가 잘 자라기 때문이다.



  • 문제는 퇴비다.
    봄이 되면 강가에선 축분 냄새가 풍겨와 코를 쥐게 만든다.
    그 수십만 수백만 평의 넓은 땅에 쇠똥이 20cm 두께로 쌓인다.
    봄에 이걸 갈아엎고 그 위에 채소의 씨를 뿌리는 것이다.

    바로 그 똥이 그냥 똥이 아니다.

    소를 키울 적에 항생제가 들어간 사료를 먹이기 때문에 똥속에 항생제가 들어가 번식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항생제 덩어리인 셈이다.
    채소는 축분의 영양을 먹고 잘 자라겠지만 비가 오면 항생제가 녹아서 곧바로 냇물이나 강물로 흘러든다.

    그러면 강이 죽는다.
    항생제가 미생물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기 때문이다.
    강에서 사는 조개도 죽고, 올갱이도 죽고, 말풀도 죽고, 거기 알을 낳고 사는 고기들도 죽어간다.
    조개나 잔물고기를 먹고 사는 새들도 먹이 사슬에 영향을 받아 수가 줄어든다.
    당장 사람도 무사할 수 없다.
    항생제를 먹고 자란 채소를 사람이 먹게 된다.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죽은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바닷물을 죽이는 것이다.
    서해안이나 동해안의 청정수역에 백화현상이 일어나서 미역이나 다시마가 살지 못하는 것은, 육지의 강변에서 흘러나오는 축분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그런가 하면 농민들도 울쌍이다.
    해마다 채소값이 폭락하는 원인도 강변유역의 채소농사와 무관하지 않다.
    장마나 태풍이 없이 잠잠하게 지나가는 해엔 채소값 폭락이 연일 신문 방송의 톱뉴스를 장식한다.
    그리고 화난 농민들이 채소밭을 갈아엎는 화면이 자극적으로 방영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엄청난 양의 채소가 강변에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사람들은 항생제에 자유로운가.
    천만의 말씀이다.
    채소처럼 항생제가 들어간 먹거리를 먹고 있으니 괜찮을 리가 없다.

    더구나 중국에서 들어오는 대부분의 먹거리는 항생제에 대한 검증을 받지 않은 것들이다.
    이렇게 항생제가 들어 있는 먹거리를 먹고 살고 있으니 사람도 항생제 똥을 누고 있다.
    그러니 이 사람의 똥도 비료로 쓰기엔 부적절하다.

    풀과 나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산에 가보면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낙엽을 파보면 웬일인지 속에서 썩지 않고 그대로 눌려 있다.
    산에도 미생물이 없는 것이다.
    미생물이 있어야 낙엽이 썩는데 미생물이 없으니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다.
    전엔 이 미생물을 야생조수의 똥이 공급했다.

    미생물이 왜 없는가.
    그 까닭은 분명하다.
    야생동물이나 조류의 숫자가 적거나 있어도 항생제가 들어있는 똥을 싸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데는 야생조수의 먹이에 관계가 있다.
    인간과 같이 항생제와 농약으로 오염된 먹이를 먹고 사는 야생조수들도 인간과 같은 똥을 배설하고 사는 것이다.

    똥이 문제다.
    똥 문제를 해결하자면 항생제와 농약을 덜 쓰는 일이다.
    그래야 사람도 살고, 짐승도 살고, 강도 살고, 바다도 산다.
    그리고 풀과 나무도 산다.

    요즘 채소밭이었던 하천부지에 자연적인 풀이 자라고 있다.
    어떤 곳에선 갈대나 억새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옆으론 자전거 도로도 생겼다.
    나는 금강변에 새로 난 자전거 길을 아침저녁으로 걸으며, 강이 살고, 바다가 살고, 동식물이 살고, 인간이 그들과 함께 웃으며 살 날을 꿈꾼다.

    이런 뜻에서 4대강사업은 잘한 것이고 시급한 것이다.
    앞으로 이 사업은 더 확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