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을 돌려 14억 대출… 대목마다 ‘효자’하루 3만원씩 ‘일수’식으로 갚아 부담없어노점상도 혜택… 고리 대부·일수 사라져
  • ▲ 서울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골목시장 상인회에서는 미소금융 소액대출을 여러 상인들에게 효율적으로 운영해 2012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미소금융 수혜자유성희(강원상회) 사장, 김석원(농협안심축산) 사장, 상인회 박철우 회장 (왼쪽 하단부터 시계방향) ⓒ 이종현 기자
    ▲ 서울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골목시장 상인회에서는 미소금융 소액대출을 여러 상인들에게 효율적으로 운영해 2012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미소금융 수혜자유성희(강원상회) 사장, 김석원(농협안심축산) 사장, 상인회 박철우 회장 (왼쪽 하단부터 시계방향) ⓒ 이종현 기자


    중앙선 망우역 1번 출구에서 10분만 걸으면 입구부터 깨끗한 ‘우림골목시장’이 보인다.
    규모는 작지만 바닥이 깨끗하고 천장에 아케이드까지 설치돼 있어 장보기가 편하다.
    건물에 입주한 상점도 그렇지만 노점상까지 디자인 박스에 들어가 있어 깔끔하다.

    우림골목시장은 외관만큼이나 상인들 사이에서의 신용이 중시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8년 미소금융 전통시장 대출이 시작됐을 때부터 많은 상인들이 소액대출을 이용해 왔다.
    연체하는 사람들이 없으니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이 확보돼 3억원의 자금으로 14억원을 대출했다.
    상환한 자금을 다시 대출하는 식으로 미소금융 수혜자를 늘린 것이다.

    “상인들 사이에서 미소금융부터 갚아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습니다.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본인의 신용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합까지 위험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이 신용을 잃으면 다른 상인들과 시장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으니 더욱 책임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 강원상회를 운영하는 유성희 사장(미소금융 수혜자)


  • ▲ 상인회 박철우 회장  ⓒ 이종현 기자
    ▲ 상인회 박철우 회장 ⓒ 이종현 기자


    오랫동안 조합이 운영돼 전통이 긴만큼 공동체 의식이 높고 상호간 믿음이 크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규모는 작지만 25년 전부터 조합을 결성해 활동해 왔습니다.
    모든 조합원들이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새로 들어온 상인들도 전통에 적응하고 융화합니다.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으면 상인들도 민감해져 500만원 대출 여부에도 싸움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저희 시장은 거의 큰소리 낼 일이 없습니다”
       - 박철우 상인회장

    우림골목시장 상인회는 4년간 3억원의 자금으로 상인들에게 500만원씩 대출을 하고 이를 회수해 다시 280명의 상인들에게 급전을 융통해주었다.
    3억원을 14억처럼 사용한 셈이다.

    이처럼 높은 실적을 보인 이유는 상인들의 연체율이 낮기 때문이다.

    “상인들이 사고를 당해 장사를 못하게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미소금융을 갚지 않는 경우가 없습니다.
    연체율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끝까지 상환하지 못한 경우는 1년에 1명 꼴입니다”고 했다.
      - 박철우 상인회장

    상인회에서는 상인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500만원을 빌려준 후 매일 3만원씩 6개월 동안 분할상환 하도록 하고 있다.


  • ▲ 미소금융 수혜자 유성희(강원상회) 사장 ⓒ 이종현 기자
    ▲ 미소금융 수혜자 유성희(강원상회) 사장 ⓒ 이종현 기자


    “10일에 한번 상환하는 것도 ‘목돈 부담’을 느낍니다.
    상인들의 어려움을 알고 미소금융을 도입하면서 일단위로 상환하도록 했습니다.
    장사가 안되는 날에는 3만원조차 낼 수 없기도 하지만 일부러 미납한 게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기다리면 결국에 다들 완납합니다”
      - 박철우 상인회장

    미소금융 대출은 언제보다 명절을 앞두고 절실히 필요하다.
    대목을 앞두고 재고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소금융 자금을 지금까지 3번, 총 1천500만원을 대출받았습니다.
    특히 설이나 추석명절 대목을 앞두고 유용하게 쓰입니다.
    물건을 먼저 받고 대목이 끝난 후 결제하는 것을 도매상에서도 반기지 않죠.

    현금을 먼저주고 사면 조금 더 싸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돈을 미리미리 주면 다들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구입한 제품으로 대형마트 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습니다.
    실제 저희 가게만 해도 마트보다 20% 쌉니다.
    대형마트는 종업원 인건비, 수수료, 임대료 등도 고기값에 포함하겠죠.
    저희는 식구들끼리 운영해 인건비 따로 계산하지 않으니까 싸게 팔 수 있습니다”
       - 농협안심축산을 운영하는 김석원 사장(미소금융 수혜자)


  • ▲ 미소금융 수혜자 유성희(강원상회) 사장 ⓒ 이종현 기자


    "고추, 참기름을 주로 판매하는 가게의 특성상 가을에 물건을 대량구매 합니다.
    김장 대목인데다 고급 고추의 수매가 이뤄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한번 물건을 구입하는 비용은 2천만원이 넘습니다.
    당연히 현금으로 결제해야 합니다. 

    1년 내내 장사를 하기 위해 양질의 고추를 확보해야 하죠.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미소금융을 이용했습니다.
    500만원만 저리의 미소금융으로 빌려도 훨씬 수월하게 자금을 유통할 수 있습니다”
       - 강원상회를 운영하는 유성희 사장(미소금융 수혜자)

    상인회에서는 상점상인들뿐만 아니라 노점상인들에게도 조합원과 같은 자격을 주고 미소금융 대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에 노점상인들이 일수를 많이 썼습니다.
    추운 날에도 거르지 않고 성실하게 장사하는 사람들이지만 일수를 쓰다가 한번 밀리면 이자와 원금이 주체할 수 없이 불어나 야반도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돈을 못 갚아서 가정이 파탄나는 경우도 봤습니다. 돈을 벌어서 일수쟁이에게 모두 가져다주는 셈입니다”
      - 박철우 상인회장

    이제는 우림시장에서 일수와 불법대부를 찾아보기 힘들다.
    노정삼을 포함한 우림시장의 183개 점포 중에서 절반 정도의 상인들은 미소금융으로 급전을 융통하기 때문이다.

    “상인회에 처음 금융이 들어왔을 때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마 4년 동안 상인들이 잘 갚아 다른 상인들이 혜택을 보고 그 덕분에 또 다른 상인이 혜택을 보면서 신뢰가 더욱 탄탄해졌습니다”
       - 박철우 상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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