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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최근 등장하기 시작한 신흥 자본가들이 북한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8일 '새로운 자본가들'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무역업자와 상인들로 이뤄진 신흥 계층의 혁명적 기운이 (북한 사회) 아래에서부터 싹트고 있다"며 "'죽의 장막' 사이로 자본주의가 스며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신흥 부유층들이 결국에는 북한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북한 정권을 '이빨 빠진 호랑이'로 만드는 것이 북한의 위험성을 줄이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덕스러운 김정은 정권은 아무것도 줄 게 없지만 자본가들은 최소한 더 나은 것을 약속할 수 있다"며 "중국은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1990년대 북한의 대기근이 암시장을 형성하면서 새로운 종류의 무역업자들이 탄생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 소규모 농가의 여성들이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를 내다 팔았지만 오늘날의 무역상들은 규모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함께 게재한 '아래로부터의 웅성거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 내 신흥 부유층의 생활상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평양과 다른 지역의 생활수준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일부 계층에서는 과시적 소비도 늘어났다.
평양 만수대 언덕에 세워진 최고 45층짜리 호화 아파트에는 전력난에도 불구하고 밤에도 색색의 전등이 켜진다. 최근에는 사과 3kg를 한 달 봉급에 맞먹는 가격으로 팔고 바나나까지 갖춘 가게도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에선 눈치 빠른 무역업자들이 졸부(nouveaux riches)로 등극하고, 다른 한편에선 빈부격차가 심화하는 등 북한은 '두 개의 속도'로 굴러가는 사회가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데일리NK 등 대북 매체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무역상들은 북한 경제에서도 이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산업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이들이 들여온 자재가 없으면 평양의 고층빌딩도 지을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이다.
무역업자들이 판매하는 휴대전화, 컴퓨터, 라디오가 정보의 흐름을 더 자유롭게 하면서 국가의 '진실에 대한 독점'도 약해지는 추세다.
미국의 미디어 컨설팅 업체 '인터미디어'는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외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고, 정보의 공유도 이전만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의 이 같은 변화를 가리켜 "폐쇄적이고 불평등한 북한 사회가 전제적 지도자조차도 통제할 수 없을지 모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 부유층들은 혁명 유공자 가족 등 북한 권력층의 '이너 서클' 바깥에 존재하기 때문에 중요한 존재라는 분석이다.
이들도 물론 돈만 벌 수 있다면 현상유지를 원하겠지만, 김정은 정권이 부를 빼앗으려고 시도한다면 결국 체제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은 15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라며 "출신성분이나 정권에의 연줄보다 돈에 의해 사람이 정의되는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정부의 정책 때문에 생긴 변화가 아니다"라며 "아래로부터의 변화"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