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권 사세요" 세뇌하는 기획재정부


  • 기획재정부가 사행심을 조장할 뿐 아니라, 사행심을 합리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복권은 좋다, 많은 국민들이 사고 있으니, 당신도 사라고 부추긴다.

    다소 수상쩍은 여론조사결과도 첨부했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 국민 중 60%는 지난 1년간 복권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카더라’ 하는 소문이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서 정식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11일부터 23일 동안 전국 19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라고 한다.

    기획재정부가 한국연합복권(주) 및 나눔로또(주)와 함께 정책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복권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이다.

    복권에 대한 인식도 아~주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민 62.5%가 '복권이 있어서 좋다'고 대답했다.
    이는 전년(61.9%)보다 0.6%p 증가한 수준이다.

    복권이 있어 좋은 이유로, 삶의 흥미․재미 (27.6%), 희망(22.5%), 기부․나눔(9.5%), 소외계층 지원(7.5%) 순으로 응답했다.

    기획재정부의 복권 예찬은 계속된다.

    전체 응답자 중 공익지원과 관련된 긍정적인 인식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자화자찬이다. 
    ‘공익기금 투명 사용’에 대한 인식은 40.1%에서 52.3%으로,  ‘나눔행위’에 대한 인식은 60.4%에서 67.4%으로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복권을 구입하는지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지난 1년간 응답자의 55.2%가 복권구입 경험이 있다고 한다.
    평균 구입횟수는 로또복권 14.7회, 연금복권 7.0회, 즉석복권 7.1회, 전자복권 15.2회이다.

    그런데 이런 것을 꼭 조사를 해야 하나?
    필요해서 조사했다고 해도 이렇게 발표해야 하나?
    이 조사결과는 정부가 복권 업자들의 홍보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런 보도자료가 의도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복권은 대세야.
    왜냐고?
    국민의 60%가 구입하잖아.
    과반수를 훨씬 넘었네.
    사행심이 아니란 말이지. 
    좋다고 생각하는 지지층도 60%가 넘어.
    놀랍지?
    그러니, 복권 구입하지 않았던 당신도 대세에 합류해야 하지 않겠어?
    잘 봐, 복권이 더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고, 공익에도 점점 더 기부하고 있지.
    어때?
    이렇게 좋은 일에 너희들 40%는 왜 동참하지 않는거야?"

    국민중에 복권을 전혀 사지 않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내 주변에서 열댓명에게 물어봤지만, 단 한 명도 사지 않았다고 했다.
    오래 전에 가끔 사던 기억은 있지만, 그때 그 기억은 참 좋지 않았다.

    복권을 재미로 산다고 하지만, 재미도 재미 나름이다.
    알코올 중독이 돼서 죽을 병에 걸린 사람들은 알코올 금단현상에 죽을 때까지 시달린다.
    담배 중독 현상도 마찬가지이다.
    한 갑을 피우던, 다섯가치를 피우던 일단 그 중독의 사이클에 갇히면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알코올 중독이든 니코틴 중독이든, 옹호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말을 한다.
    술 없이, 담배 없이 무슨 낙으로 사나?
    이들에겐, 알코올과 니코틴이 포기할 수 없는 재미이다.



  • 그렇다고 알코올과 니코틴을 정부가 나서서, 더 마셔라 피워라 하고 홍보하는 나라가 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없다.

    복권을 사서 기대하는 심리가, 중독이 아니고 재미와 흥미라고 강변할 수 있을까?
    자기가 처한 현실이 너무나 힘들고 어려워서, 혹은 살 만 하지만 수백만분의 1의 요행을 기대하는 도박심리에서건, 복권 사서 기대하는 그 마음은 정말이지 치사하고 지저분하다.

    중독까지는 아니어도 복권을 몇 번이라도 사 본 경험을 가졌다면,
    그 치사하고 지저분한 마음의 허탈함을 겪지 않고 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물론 복권이든, 알코올이든, 니코틴이든 혹은 대마초나 코카인이든, 혹은 고통이 너무 심해서 죽을 줄 알면서도 주사하는 치명적인 모르핀이든, 불완전하고 죄가 많은 이 세상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이 모든 것에서 손을 떼고 100% 건전한 생활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강요하는 순간, 대다수의 사람들은 잠깐의 마취효과를 주는 그 눅눅한 안식처를 빼앗기면서, 너무나 심한 위선과 죄책감과 금단현상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미있다고 호도해도, 복권은 사행심의 발로가 아니라는 말은 궤변중의 궤변이요, 속임수 중의 속임수이다.

    [60%가 지난 1년간 복권을 사 본 경험이 있다]는 조사는 폐기돼야 한다.
    [60%이상 대다수가 복권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조사도 쓰레기통에 처 넣어야 한다.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장난칠 치는 것, 수 없이 많이 봐 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설사 90%이상이 좋다고, 사 봤다고 응답한다고 해도, 복권은 도박이요 건전한 노동의 가치와 성실한 인간의 노력을 훼손하는 것이다.
    아무리 적은 수치라고 해도 인간의 약점을 파고 들어서 좀먹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복권업자의 입 맛에 맞는 세뇌작업을 벌이는 것이 이게 말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