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물 없는 진실공방 속 8월9일 최종판결[유전중죄]사회적 분위기 기업활동 위축 우려
  • ▲ 일러스트=조선일보DB
    ▲ 일러스트=조선일보DB

     

    "이 사건을 통해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김원홍]과의 관계를 숨기고 싶었습니다.
    차라리 밝혀지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진실]을 더 빨리 밝혔더라면 하는 회한이 듭니다."

       - 수감중인 최태원 SK 회장의 항소심 최후 변론


    [선물·옵션] 투자를 위해
    <SK텔레콤> 등 [계열사]에서 [45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수감중인 <최태원> 회장이
    지난 29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후변론>을 통해 밝힌 말이다.

     

    지난 2010년말 <SK> 세무조사를 시작으로
    2년여 넘게 끌고 온 [SK의 펀드 횡령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오는 8월 9일 일단락 된다.

     

    통상 [재벌기업] 회장에 대한 공판의 경우
    [혐의에 대한 인정]을 기반으로,
    [상황논리]나
    [법리공방]이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 항소심은
    피고인측인 <최태원> 회장이 일관되게
    사건과 무관함을 호소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최후 변론에서
    너무나 감추고 싶어했던 치부까지 드러내면서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다.

     

    10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승선한 <SK號>의 [선장]으로서
    경주지역 한 고등학교 출신 무속인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세상에 떠벌리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최후 변론에서 사실상 자신을 [바보였다]고 인정하면서까지
    밝히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최태원> SK 회장과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이하 베넥스) 사장,
    그리고 이 사건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무속인 <김원홍>씨간 사건은
    사실 단순하다.

     

    SK텔레콤 등 SK 각 계열사에서 조성된 2,000억원이
    베넥스에 두차례에 걸쳐 펀드 조성 자금으로 투입됐고,
    이중 일부인 450억원이 김원홍씨 계좌로 흘러간 후
    두달이 채 안돼 다시 베넥스 계좌로 되돌아 온 것이 팩트다.

     

    이 과정에서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또한, 베넥스와 김원홍씨 사이에는 금전 대차 계약서가 있다.

     

    하지만 검찰은
    베넥스에서 450억원이
    <김원홍>씨 계좌로 빠져 나간 것 자체가 [횡령]이며,
    이를 이유로 김준홍 사장을 1심에서 구속했다.

     

    또 검찰은
    뭉칫돈이 움직이는데,
    <최태원> 회장 본인이 알지 못했다는 것은
    믿을수 없다는 이유로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최태원-김준홍-김원홍 세사람의 인연은?

     

    세 사람의 인연의 고리는 사건과 달리 좀 복잡하다.

    <최태원> 회장은
    무속인 <김원홍>씨를 지난 1998년
    아버지처럼 따랐던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現)을 통해 소개를 받았다.

     

    때문에 그만큼 믿을 수 있는, 믿을 수 밖에 없는 인물이었다고 여겨진다.

    "김원홍은 믿었던 사람인데...
    저 스스로도 믿었을 뿐인데... 배신을 당했습니다.

       - 수감중인 최태원 SK 회장의 항소심 최후 변론


    그렇다면 <김원홍>씨는 어떤 사람이기에
    최 회장의 신뢰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었을까?


    <뉴데일리>는 주변 취재를 통해 그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서울 강남에서 보험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사설 펀드를 운영하던 시절 <김원홍>씨는 <손길승> 회장과 인연을 맺게된다.

    당시 <김원홍>씨는
    강남의 큰 손들을 상대하면서 투자 상담을 해주고
    댓가로 대형 보험 가입 등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계 한 고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는 [주가],[환율],[미 연준 이자율] 등에 관해 정통했고,
    역술까지 동원하는 등 
    손길승 회장을 포함한 고객들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얻었다.

    이를 계기로 손 회장이 최태원 회장에게
    이 사람을 소개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


    최 회장과의 인연이 맺어진 후 상당액의 수익을 올려주기도 했으며
    이를 인연으로 향후 SK해운 고문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이후 그는
    김준홍 베넥스 사장과 최태원 회장과의
    다리 역할도 하게 된다.

    최 회장의 신임이 두터워지면서
    외부 활동 시 
    자신이 그룹 부회장이라고 밝히고 다녔다고 한다.

     

    한편, 하버드 출신인 <김준홍> 베넥스 사장과
    <최태원> 회장과의 인연은
    최회장의 사촌인 <최창원> SK건설 부회장이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준홍> 베넥스 사장과 <최창원> 부회장은
    여의도고 선후배 사이로
    하바드 케네디스쿨에서 인연을 맺었고
    그 후 최 부회장이
    그를 워커힐 상무로 임명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장인은 대림家, 장모 역시 LG 창업주의 차녀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번 사건의 관전 포인트는?

     

    이번 사건은
    분명히 [횡령]이다.

     

    계약을 체결하고 원금 450억원에 연 9%의 이자를 더해 회수되기는 했지만,
    베넥스 계좌에서
    무속인 <김원홍>씨 계좌로 흘러간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 책임이 누구냐에 따라서,
    둘 중 한 명은 나머지 형기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고,
    한 명은 집행유예나 무죄로 나올 수가 있다.

     

    치열한 공방이 당연한 부분이다.

     

    <김준홍> 사장의 경우
    [1심]에서 <최태원> 회장은 [연관이 없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연관이 있다]고 입장을 바꾼 상태다.

     

    문제는 핵심인물로 지명된 무속인 <김원홍>씨는 재판장에 없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본인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사기를 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재 재판은
    [피고]이자 [핵심증인]인 <김준홍> 사장의 진술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대만으로 날아가,
    무속인 <김원홍>을 만나 증언을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이번 사건에
    [펀드],
    [선지급] 등 금융용어들이 등장하고,
    프레임도 복잡해 이해하기가 어려운 듯 보이지만
    단순하게 보면
    회사돈으로 만든 펀드에서 개인(김원홍) 구좌로 450억원이 입금됐고
    2개월이 채 안돼 펀드계정에 다시 들어왔는데,
    이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 형제가 개입돼 있는가가 핵심이다.

     

    현재 <최태원> 회장 변호인단은
    이 부분을 김원홍씨와 김준홍 사장간 개인 대차거래로 주장하고 있다.

     

    또 펀드 조성 자체가 무속인 김원홍씨에게 기망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450억원이 빠져나갔다가
    단기간에 다시 들어와 피해가 복구된 사안에 대한 판단이다.

     

    검찰의 [레비아탄] 주장에 대한 재판부의 답변은 어떤 것일까?

     

    재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태원 회장의 최후 변론을 보면,
    본인 스스로 [바보]였다고 인정한 셈이다.

    10만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수장으로써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여·야할 것 없이 대기업 옥죄기에 나서면서
    [유전중죄(有錢重罪)]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


    스스로 바보임을 인정하면서까지
    횡령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주장하는 재계 총수가
    검찰의 말처럼 레비아탄인지,
    법 앞의 선 보통 사람인지,
    항소심 선고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