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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에선 이른 아침부터 눈보라가 몰아쳤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아지트],
경남 거제도 옥포조선소의 날씨는 기자를 환영하는 듯 눈부시게 맑았다.날씨 뿐 아니라 대우조선의 작업현장도 활기찼다.
130만평의 대지 위에서 협력사를 포함한 약 4만여 명의 직원들은
세계 최고 품질의 반잠수식 시추선, 드릴십,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을 제조해
[대우조선]이 세계 최강의 조선소로 거듭나도록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였다. -
그러한 활기찬 현장 속에서 기자가 방문한 곳은
1만 8,000TEU급의 컨테이너선 제작현장.이 선박은 길이 400m, 폭 59m로 갑판 면적만
축구장 4개를 합친 것과 같고,
길이 6m, 높이 2.5m의 컨테이너 박스를
무려 1만 8,000개나 적재할 수 있다. -
사실 이 초대형 컨선은
대우조선이 선사인 머스크라인(MAERSK LINE)에 수주계약을 받아낼 때부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다.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유래 없던 세계 최대 크기의 컨선을
대우조선이 만들어내기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번에 20척이나 말이다.현 시점까지 총 4척이 선사로 인도됐고,
5번째로 완성될 컨선은 99%의 공정률을 보이며 내달 초에 인도될 예정이다.기자가 탑승한 배는 바로 공정률 99%의 컨선 5호기.
대우조선 선박CM그룹 이상부 차장과 동승해
선박과 관련된 설명을 들으며 차근차근 내부를 둘러봤다. -
그 결과 한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이 선박이 크기만 세계최대가 아니라
[경제성], [친환경]성 역시 세계 최고라는 것.사실 최근 해운업계에 떠오르는 화두는 [에코십]이다.
각국의 환경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는 만큼
선박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 및 SOx, NOx를
얼마만큼 최소화할 수 있느냐와 동시에
연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절감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그것은 자연스럽게 조선소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문제다.
대우조선이 건조한 이 초대형 컨선엔
선주들의 그러한 고민들을 싸그리 날려버릴 수 있는 장치들이
몇 가지 장착돼있었다.첫째, 바로 [폐열회수장치(Waste Heat Recovery System)].
통상 선박의 엔진이 작동할 땐 폐열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폐열들은 무의미하게 밖으로 배출되어버려 연료낭비는 물론,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이 커다란 컨선은 이 장치를 통해 폐열을 다시 회수,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해 약 10%의 연료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
둘째, [샤프트 제너레이터(Shaft Generator)].
이 장치는 선박 엔진과 연결된 추진축에 발전용 코일을 설치해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발전시켜준다.이 차장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장치를 18만t급 벌크운반선에 적용할 경우,
약 800kW급 발전기 1대 용량의 전력도 만들어 낼 수 있다. -
셋째, [평형수 처리 시스템(Ballast Water Treatment System)].
선박이 실제 해상을 운항할 때에는
프로펠러가 충분히 수면하부에 잠기게 하고
구조적인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평형수]를 필요로 한다.이 평형수는 바닷물을 이용하게 되는데,
만약 장거리를 운항하는 선박의 경우 한 지역에서 퍼 올린 바닷물을
평형수로 이용한 후 다른 지역에 그대로 투기할 때
생태계에 심각한 교란과 오염을 가져오게 된다.예를 들어 거제도에서 퍼 올린 바닷물 속에 서식하던
이런저런 미생물들이 북미 지역 바닷가에 퍼질 경우
생태계에 교란이 오는 것은 자명한 일.이 초대형 컨선 안에는 평형수를 정화시켜주는
[친환경 선박 평형수 처리시스템]이 설치돼있었다. -
세계 최고수준의 화물수송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친환경 및 경제성까지 갖춘 이 선박을 4대 째 인도받은 머스크라인 사는
대우조선에 매우 만족스럽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옥포조선소의 임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한결 같이 밝은 표정으로 묵묵히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내심 이해가 됐다.충분히 가슴속에
‘여기가 대한민국을 넘어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조선소’
라는 긍지가 새겨질 만 했기 때문이다.냉정하게 말하자면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조선업계의 상황은 꾸준히 나빠졌다.안그래도 나빠진 업황 속에
중국과 같이 저가수주공세를 펼치는 조선소들이 다수 등장해버려
중소 조선소들은 나날이 힘이 빠지고 있다.하지만 그런 중국의 저가수주공세도
한국의 대형조선소들의 [기술력]에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성, 경제성은 물론
안정성까지 확실히 보증해주기 때문이다.그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이 있다.
선주들의 요구는 나날이 까다로워 지고,
친환경 기술에 대한 갈증도 커지고 있다.2013년 조선업계가 바닥을 찍고 올라서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2014년엔 대우조선이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얼마나 더 웅장한 대항해시대를 열어갈지 많은 기대감을 갖게된 방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