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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집행유예로 풀려남에 따라, 한화건설의 이라크 재건사업 추가 수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12일 한화건설에 따르면 김 회장의 경영 부재로 현재 1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이라크 재건사업 추가 수주가 답보 상태에 놓여 있는 상태다.
한화건설은 김 회장의 진두지휘로 지난 2012년 우리나라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인 80억달러(9조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은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당시 상당수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에 대해 '쉽지 않은 사업'이라며 발을 빼던 상황에서 결단을 내렸다.
한화건설 전체 인력의 10%에 육박하는 직원 150여명을 TF팀에 보내 '다른 일은 하지 말고 오직 신도시 건설 수주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하는 등 사활을 건 것이다.
김 회장은 "이라크 프로젝트는 하늘이 우리에게 준 절호의 기회다. 이라크 신도시 건설을 통해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키자.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에 내 '야전숙소'도 만들라. 최선을 다해 한국 건설의 힘을 보여주자"며 직원들과 현장에서 함께 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
하지만 김 회장의 공백은 한화건설의 총체적 위기로 이어졌다.
이라크 2, 3단계 신도시 건설공사는 물론, 지난 2012년 7월 누리 알 말라키 이라크 총리가 김 회장에게 직접 제안한 발전·정유시설, 학교, 병원, 군시설현대화, 태양광사업 등 1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재건사업 수수가 사실상 올 스톱된 것이다.
당장 발등의 불은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 역사장 가장 규모가 큰 8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에 켜진 적신호다. 오너가 부재중인 회사에 선수금을 지불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라크 NIC(National Investment committee. 국가투자위원회) 사미 알 아라지(Dr. Sami Al-Araji) 의장은 김승연 회장에 대한 끝없는 신뢰로 화답했다. -
지난해 초 한국을 직접 찾은 사미알 아지 의장은 "현재 김 회장이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우선 경영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 문을 연뒤 "김 회장이 직접 바그다드를 방문해 공식 계약을 체결한 후 상황이 발생하면서 수금 지급을 잠시 망설였지만, 한화가 선도적인 기업으로써 분명한 의지와 용기를 보여줬고, 이라크 정부와 국민 역시 이를 인정해 7억7500만달러를 지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 국가의 특성상 오너가 아닌 월급쟁이 CEO와 어떤 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다. 김 회장의 공백이 없었다면, 한 때 해외 건설 수주 1위까지 치고 올라갔었던 한화건설의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건설이 그동안 벙어리 냉가슴으로 김승연 회장의 경영복귀를 기다려 온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