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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부진한 전년도 영업실적 발표로 충격을 준 데 이어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하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중에 올봄 연내 만기예정인 회사채의 40%가 몰려,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쌍용건설의 법정관리 돌입, 동양건설산업과 벽산건설 상장폐지 등도 시장에 불안감을 형성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건설은 영업이익 792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4.3% 증가한 실적을 냈다.
반면 삼성물산은 11.6% 감소한 43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대림산업도 91.9%나 준 396억원에 그쳤다. 대우건설과 GS건설은 영업손실을 봤다. 각 1198억원, 9373억원이다.
이처럼 주요 건설사들이 초라한 성적표를 내자 신용평가사들은 서둘러 신용등급 하향에 나섰다.
한국기업평가는 대우건설이 실적발표를 한 날 바로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다. 대림산업에 대해서는 현재 AA-에서 A등급으로 강등될 수 있는 부정적검토(Negative Review) 대상에 등록했다.
GS건설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AA-에서 A+로 떨어진 상태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추가 하향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비교적 선방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AA-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신용등급 하향이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올봄에 회사채 만기물량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요 건설사 24곳의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5조2290억원이다. 이 중 40%가량이 오는 3월~4월 몰려있다.
3월에는 11개사의 7827억원이 만기 되고 4월은 이보다 더 많은 8개사의 1조2600억원이 만기다.
회사채 만기물량이 가장 많은 회사는 포스코건설로 4087억원이 돌아온다. 이어 롯데건설(3700억원), 삼성물산(3000억원), 한화건설(2800억원) 등도 만기물량이 많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건설사 잠정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저하된 상태인데 이런 불신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AA등급 이하의 건설사들은 회사채 발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회사채 만기로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건설사들은 부동산 매각,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상황이다.
오는 4월 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GS건설은 인터콘티넨탈 호텔 등 자산 매각을 검토 중이다.
건설사들의 실적 발목을 잡았던 국내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여전히 산재해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의 미착공 PF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조2760억원이다.
미착공 PF가 가장 많은 회사는 GS건설로 1조5000억원가량이 쌓여있다. 이어 현대건설이 1조1000억원, 대림산업 9290억원, 대우건설 7470억원 수준이다.
대부분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수주한 사업장이다. 건설사들은 이들 사업장을 지난해 실적에 선반영해 충격을 줄여나가고 있다.
회생절차를 진행 중이던 건설사들의 있단 상장폐지와 M&A 러시도 불안감의 한 원인이다.
워크아웃 중임에도 해외수주를 이어가던 쌍용건설은 채권단의 추가 지원 무산으로 지난달 9일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벽산건설도 주택사업 미분양에 따른 대손충당금 증가 등으로 지난 5일 자본금이 전액잠식돼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잇따른 M&A 실패를 맛본 동양건설산업도 결국 자본잠식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이던 우림건설은 M&A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현재 법정관리가 진행된 건설사 중 인수가 결정되지 않은 곳은 쌍용건설, 벽산건설, 남광토건, 동양건설산업, LIG건설 등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부실 건설사 매물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매각에 실패할 때마다 기업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섣부른 M&A 추진은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