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위협…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 등 상환 부담 커져아베노믹스…한국 수출 경쟁력 약화

  •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월 850억 달러인 양적완화 규모를 1월부터 7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감축하는 테이퍼링 착수를 결정했다. 미국의 이 같은 결정이 세계경기의 회복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투자심리 위축,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국제 금융시장엔 악재로 작용될 수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 결정에 원 달러 환율이 한 때 10원 넘게 급등하는 등 한국경제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테이퍼링 여파로 시중금리가 인상되면, 외화유입 증대와 그로 인한 환율하락이 나타나고 1000조 원에 육박하는 한국의 가계부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변동금리와 일시상환 대출이 많아 상환 부담은 더 커진다. 또한 한계상황에 직면한 저신용기업들이 금리인상을 견딜 내성을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달 14일 한국국제금융학회와 금융연구원이 개최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진단과 대응' 공동 세미나에서 김영도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증가세는 느려지고 있지만 1000조원이라는 숫자가 주는 외압감이 크다"며 "변동금리와 일시상환 대출이 많아 상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의 가계부채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는 2007년말 GDP대비 81.5%에서 지난 2013년말에 91%대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간기업의 금융부채도 2008년말 GDP대비 136%에서 2010년말 123%까지 낮아진 후 2013년에는 다시 125%를 넘어섰다.

    가계부채가 질적으로도 악화되고 있다. 은행권보다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2013년 중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2%대였으나 비은행권 대출증가율은 연 8∼9%였다. 은행권 대출이 용이하지 않은 저소득자,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비은행권으로부터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전체 가계대출 중에서 비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말 40% 수준에서 2013년 9월말에는 절반에 육박했다.




  • 양적완화 축소와 맞물려 2년차에 접어든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엔저현상을 한층 심화시킬 전망이다. 미국이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썰물'과 일본이 유동성을 푸는 '밀물'이 겹치는 셈이다. 

    엔화약세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한국의 수출경쟁력 약화다. 철강, 기계, 전기전자 등의 분야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산업의 경우 특히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에 대한 수출 부진에 따라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경상수지 흑자기조도 흔들릴 것이라는 불안감을 낳고 있다. 2013년 들어 8월까지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3억 달러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일 관광수지가 악화하면서 경상수지 손실도 발생했다. 한국의 대일 관광 지출은 5억 달러 증가한 데 반해 일본의 대한 관광 지출은 7억 달러가량 감소해 전체적으로 12억 달러 내외의 관광수지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누적 경상수지의 3% 수준에 이르는 만만찮은 규모다. 일본인의 한국 관광이 줄어드는 가운데 한국인의 일본 관광이 늘어나는 현상도 이런 맥락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일본 자금의 유출도 심화되고 있다. 일본 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본계 자금의 유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기업 실적 개선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본 닛케이지수는 아베 내각 출범 당시에 비해 40% 이상 상승했다. 그에 따라 국내에 들어와 있던 일본계 자금 가운데 누적규모 3970억 원가량이 2013년 7월까지 유출된 것이다.

    한편, 정부는 원·엔 환율이 10% 떨어지면 2분기 한국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다는 분석을 앞서 내놓은 바 있다. 한국은 대일 수출을 위해 가격외적인 면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