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달러 휘청거려도 對 호주 무역 거래 '안심'안정적 외화보유 가능 및 대외 신인도 상승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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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호주가 5조원 상당의 통화스와프 협약을 체결했다.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글렌 스티븐스(Glenn Stevens) 호주 중앙은행 총재와 한화 5조원 상당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지난 23일 체결했다.이번 통화스와프 계약을 통해 한국과 호주는 무역 거래 시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 대신 자국 통화로 바로 지급할 수 있게 됐다. 또, 양국 중앙은행은 무역 결제 지원 등을 위해 5조원(50억 호주달러, 미화 약 45억 달러) 이내에서 상호 자금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계약의 유효기간은 3년이며 만기도래 시 양자 간 합의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한국이 이번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것은 제2의 외환 안전망을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호주와의 통화 스와프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원화의 국제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美 달러 요동쳐도…韓-호주 무역 '안심‘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거래 비중이 5위에 달하는 호주달러는 기축통화는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통용되는 국제통화다.국제결제은행(BIS) 조사 결과, 지난해 4월 세계 외환거래 가운데 미국 달러화는 87%로 1위였고 유로화(33.4%·2위) 일본 엔화(23.0%·3위), 영국 파운드화(11.8%·4위)에 이어 호주 달러화(8.6%)는 5위를 차지했다.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화 보유액 통화별 구성 보고서'(COFER)를 보면 작년 3분기 현재 호주 달러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1.7%를 차지했다. 미국 달러,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캐나다 달러에 이어 6위다.호주는 자원부국으로, 국내총생산(GDP)도 1조5400억달러(2012년 기준)에 달해 세계 12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보다 3계단 높은 수준이다.양호한 재정건전성 등에 힘입어 국가 신인도도 무디스, S&P 등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등급을 부여받고 있다.호주는 또 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다. 지난해 양국의 무역규모는 약 300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중 최대 45억달러 규모의 교역을 한국은 원화로, 호주는 호주 달러화로 한다고 하면 단순 계산해도 달러화 변동에 따른 환 위험이 15%는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이렇게 되면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경제 여건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요동을 쳐도 양국 간 실물 거래는 영향을 덜 받게 된다.특히 한국이 지난해 호주에서 수입한 208억달러 중 80% 이상이 철광석(28.7%), 유연탄(24.9%), 원유(8.4%), 알루미늄괴 및 스크랩(3.7%) 등 원자재인 만큼 이를 원화 결제로 돌릴 수 있다면 천연자원의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해볼 만하다.내년부터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이 시행되면 양국간 무역 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어서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한국은행은 "통화스와프 자금으로 무역 결제를 해도 기업의 환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달러화 결제시와는 달리 양국 기업 중 한쪽은 환리스크를 부담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양국 간 무역에서 한국의 천연자원 수입이 많아 무역결제 시 호주 달러만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어느 한 쪽 통화가 일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무역결제 지원제도를 적절히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 외환안전망 강화하고 신인도 상승당국은 이번 스와프 체결로 평소 무역결제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위기가 발생했을 때 결제용 달러화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달러 수요 자체를 줄인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금융안전망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 이후 신흥국 전반에 대한 위험회피 성향이 커지는 시점에서 이번 결정이 한국의 신인도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다른 나라에 통화스와프를 애타게 요청한 한국이 6년 만에 국제통화인 호주 달러화와 원화 간 통화 스와프를 맺을 수 있을 만큼 한국 경제가 인정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외환 당국은 호주와 통화 스와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미국 달러화 대신 원화가 국제무대에서 활용된다는 점에서 향후 원화 국제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통화 스와프 체결을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이제까지 한국은 평상시용 양자간 통화스와프를 중국(560억달러), UAE(54억달러), 인도네시아(100억달러), 말레이시아(47억달러) 등과 맺었다. 결국, 이번 호주와의 통화 스와프 체결은 아시아 신흥국 중심에서 선진국으로까지 그 대상을 확장한 것이다.위기 대비용인 한·일 양자간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통화스와프 100억달러와 치앙마이이니셔티브다자화(CMIM) 192억달러까지 합하면 한국의 통화스와프 규모는 모두 1천290억달러에 이른다.한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화국제화가 중단된 뒤 구체적인 방향성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자국통화 스와프 체결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원화의 국제적 수용도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추가적인 통화 스와프 체결 계획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금융경제 협력, 원화의 대외 수용성 제고, 금융안전망 확충 등을 위해 상호 이익이 되는 나라들과 양자 통화스와프를 선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