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동부그룹에 '최후통첩'
"조속히 구조조정 나서라"

금융당국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동부그룹에 조속히 구조조정에 나서라는 '최후 통첩'을 보냈다.

당국은 내달까지 한진해운[117930], 현대그룹, 동부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고 올해 2분기부터는 중견기업 옥석 가리기에 집중할 방침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동부그룹 고위 임원들을 불러 자구계획안을 조속히 이행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의 한 고위 간부는 동부그룹을 둘러싼 금융시장 불안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자구계획 이행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동부그룹이 조속한 시일 내 자산매각을 하지 않으면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주 금감원이 동부그룹 임원들을 불러 자구 노력을 빨리 이행하라고 강력히 주문했다"면서 "금감원이 선제적인 차원에서 지도한 것이며 동부그룹 유동성에 당장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3조원 규모의 자구 계획을 내놓으면서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대상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계열사인 동부하이텍[000990], 동부메탈, 동부제철[016380] 인천공장과 당진항만, 동부발전당진 지분,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동부팜한농 유휴부지 등을 매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발표에도 매각이 지연되자 금융당국이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알짜 매물이라며 팔기를 주저하다가는 동양그룹처럼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후통첩을 받은 동부그룹은 동부메탈 등 당장 쪼개 팔 수 있는 계열사 매각에 조속히 착수해 내달까지 큰 틀의 매각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동자동 오피스빌딩을 팔아 동부건설[005960] 회사채를 상환했다. 올해는 동부제철 회사채 4천510억원, 동부건설 회사채 1천950억원 등이 만기를 맞는다.

금감원은 이달 초 현대상선[011200] 유창근 사장을 불러 자구계획안 이행을 독촉한 바 있다. 다급해진 현대상선은 1주일 뒤 핵심 사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을 1조1천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한진해운의 경우 최근 최은영 회장이 경영권에서 손을 떼고 3자 물류 등 일부 사업만 따로 맡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최 회장의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완전히 넘어간다.

한진해운은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000700]를 신설 법인과 기존 법인으로 인적 분할하고 나서 지분을 교환, 조양호 회장에게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기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은 내달 말에 주채무계열을 선정하기 전까지 이들 3개 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을 사실상 마무리할 방침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의 지시로 금감원은 최근 기업금융개선국에 관련 인력을 긴급히 추가 투입했을 정도다. 금감원은 이들 그룹의 구조조정 이행 여부를 보고 내달 중 미이행시 적기 시정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대기업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주채권은행에 의해 관리되는 주채무계열의 편입 대상은 지난해 30개사에서 올해는 현대그룹 등 42개사로 늘어난다.

주채무계열 중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대상은 아니지만 부실 우려가 큰 대기업은 관리대상 계열로 선정된다. 두산[000150], 한진[002320], 효성[004800], 동국제강[001230]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STX[011810] 등 대기업 구조조정에 매진했다면 올해 2분기부터는 팬택 등 중견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집중할 예정이다.

대기업 구조조정의 여파와 경기 불황 등으로 중견기업의 경영 상황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채권단 주관으로 중견기업 옥석을 가린 뒤 살릴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금융 시장 안정을 꾀할 계획이다. 부실한 중견기업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게 당국의 생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대기업 구조조정에 전력을 다했다면 올해는 중견기업을 본격적으로 손봐야 할 상황"이라면서 "엄격한 옥석 가리기를 통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