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노조 "동종업계,사모펀드 안돼!"…남은 곳은 KB 뿐

KB금융지주가 LIG손해보험 인수전에서 우군을 얻어 분위기를 타게 됐다. 우군은 다름 아닌 LIG손보 직원들이다.

지난 25일 오후 LIG합정사옥에서 노조 조합원 100여명이 참석해 이번 인수건에 대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들은 "동종업계, 사모펀드의 LIG손보 인수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동종업계가 인수할 경우 합병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인력 조정 및 구조조정이 우려되고, 사모펀드가 인수한다고 해도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LIG손보 인수전의 강력한 후보로는 KB금융을 비롯해 메리츠금융, 롯데그룹, 동양생명이 꼽히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메리츠화재, 롯데그룹은 롯데손해보험을 가져 '동종 업계'이다. 동양생명은 대주주인 보고펀드와 힘을 합쳐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보고펀드는 국내 사모펀드의 대표주자 중 하나다.

동종업계인 손보업을 영휘하지 않으며 사모펀드도 아닌 곳은 KB금융 뿐이다.

노조의 의견을 간파한 것일까, 그동안 국민카드 정보유출 사태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쳐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타진하지 못하던 KB금융도 드디어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LIG손보 인수 관련 컨설팅위원회를 개최하고, 도이치증권과 KB투자증권을 공동 인수자문으로 선정했다.

회계자문에는 딜로이트 안진, 계리자문은 밀리만이 담당하기로 했으며, 매각 측의 투자설명서(IM)가 배포되는 대로 3월 중순 예정된 예비입찰을 준비할 계획이다.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이유는 잘 알려진대로 '비은행권 역량 강화'다.

KB금융 임영록 회장은 취임 이후 그룹의 핵심 과제로 비은행권 역량 강화,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익구조 다변화 등을 강조해왔다. 2013년말 기준으로 KB금융의 비은행 자산 비중은 24.2%에 불과하다. 손보업이 없는 KB금융이 LIG손보를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손보업계 4위로 도약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뤄낼 수 있다.


  • 그동안 KB금융은 어윤대 전 회장 시절부터 인수·합병을 통한 비은행 계열 강화를 시도해왔으나 대내외 요인으로 실패를 거듭해왔다. 

    2006년에는 외환은행 인수를 앞두고 당시 외환은행 대주주였던 론스타에 대한 '먹튀' 논란 등에 부딪혀 인수를 포기했으며, 2011년 우리금융 인수 추진 당시에는 '메가뱅크' 논란에 휘말렸다.

    2012년 ING생명 한국법인 매각 추진 당시에는 이사회 반발에 막혀 인수에 실패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근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에서도 경쟁사인 농협금융지주에 밀려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최근 우리금융 계열사 중 알짜로 꼽히는 우리파이낸셜 인수를 마무리하며 비은행 계열 강화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대내외 악재 때문에 공개적으로 LIG손보 인수 의사를 밝히기는 어려웠다"며 "그룹 차원에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인수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KB금융의 LIG인수 여부는 다른 후보들과의 경쟁보다는 오히려 '내부 의사 통일'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에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이사진 때문이다. 과거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추진 시에도 이사회가 보험업 전망에 비해 인수가격이 높다는 점을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여기다가 손보업계는 최근 저금리 지속과 자동차 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KB의 보험권 자회사인 KB생명도 업계 영향력이 미미한 실정이다. 

    금융권에서는 LIG손보 매각 절차가 오는 4월 예비입찰 및 본입찰을 거쳐 올 상반기 중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