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 등 잇단 악재 수습 중요하지만…"성장이 우선"스스로를 위한 '시우(時雨)금융'이 필요한 때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이 좌고우면(左顧右眄)하고 있다. KB국민카드 정보 유출 사태 등 잇따른 대내외 악재와 LIG손해보험 인수건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만 하겠다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LIG손보 인수전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메리츠금융지주와 보고펀드다. KB금융의 경우 유력한 후보자 중 하나로 거론되다가 최근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이후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KB금융은 LIG손보 인수에 대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일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LIG손보 인수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보냈고 12일까지 입찰서를 받아 다음 주 인수자문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KB금융이 LIG손보 인수전에 집중해야하는 이유는 숙원사업인 비은행권 강화 때문이다. KB금융 임영록 회장은 취임식부터 2014년 신년사까지 은행에 편중된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출해왔다.
 

  • 현재 KB금융의 비은행 자산 비중은 2013년말 기준 24.2%다.[(그룹 총자산-국민은행자산)/그룹 총자산] KB투자증권 등 비은행 금융사들은 업계에서 시장지배력이 높지 않다. 

    2004년 한일생명을 인수하면서 태어난 KB생명보험 역시 시장지배력이 미미하다. 하지만 시정점유율 13.8%인 업계 4위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생손보를 갖춘 강력한 종합손보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ING생명, 우리투자증권 인수에는 실패한만큼 LIG손보 인수를 계기로 증권사 등 비은행권 역량 강화에 그룹 역량을 쏟아야 할 상황이다.

    KB금융은 카드 정보 유출 문제로 수습이 최우선인 상황이지만 그룹 차원의 성장과 발전을 소홀히 할 수도없는 상황이다. 흐트러진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에도 LIG손보 인수만한 보약이 없다.

    시장 상황도 KB금융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인수 경쟁자로 꼽히는 메리츠금융과 롯데의 경우 이미 손보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직 통합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인력 조정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직원 입장에서 KB금융의 인수를 선호할 이유가 충분하다.

    임영록 회장은 취임식, 기자간담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우(時雨)금융’을 강조해왔다. '시우금융'이란 적절한 때에 필요한 만큼 내리는 비처럼 고객에게 꼭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KB금융의 의지가 반영된 표현이다.

    대내외 악재에 처한 KB금융에게 LIG손보 인수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분위기 전환이야말로 ‘시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