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 1위 목표"…"K2, 코오롱스포츠 등 高價 브랜드서 사용"
  • ▲ 태평양물산 프라우덴사업부의 임영진 전무 ⓒ사진=이미화 기자
    ▲ 태평양물산 프라우덴사업부의 임영진 전무 ⓒ사진=이미화 기자

     

    "저에게는 우모(牛毛)와 관련된 업(業)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반듯하게 정리된 머리와 잘 다려진 양복 그리고 꽉 다문 입술이 엄격한 인상을 줬지만, 그는 다운제품의 원료인 우모(牛毛)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거렸다.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장인정신’이 묻어났다. '프라우덴' 브랜드로 유명한 태평양물산의 핵심 브레인 임영진 전무(53·사진)를 만났다.  

     

    몇 년 전부터 아웃도어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임 전무는 정신없이 바빠졌다. 그가 주력하고 있는 프리미엄 거위털 브랜드인 '프라우덴'이 국내 다운소재 제품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일본·유럽 등 까다로운 해외시장에서 최고급 제품으로 인정받아 우모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프라우덴 다운은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인 K2, 아이더, 코오롱스포츠, 콜롬비아 스포츠, 제일모직 등 많은 고가 브랜드에서 사용하고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무실에서 만난 임 전무는 빡빡하게 짜여진 해외 출장 일정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11월에서부터 2월까지가 털 매집의 적기인 탓에 한 달에도 몇 번씩 해외를 오고가야 하는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것. 그는 "거위·오리털이 나오는 전 세계 현장은 다 쫓아다닙니다. 눈으로 안보면 믿을 수가 없어요. 사육농장부터 시작해서 오리털을 채집, 가공하는 곳까지 다 따라다녀요."

     

    임 전무는 전 세계 현장을 찾아 매집상들이 모아오거나 농장에서 수집한 털 상태를 체크하고 자사의 공장에서 기계로 가공하는 과정을 전부 확인한다고 말했다. 저급털이 섞이는 것을 애초에 차단하려는 그의 깐깐한 성격 탓이다. 이렇게 모아진 털들은 살균 작업, 분류 작업, 혼합 작업, 집납 작업 등의 공정을 거쳐 최상의 상태가 된다. 

     

    그는 "오리털은 후가공을 하면 할수록 로스는 늘어나지만 품질은 자꾸 좋아져요"라며 "저희가 지금 기계를 계속 개조시키면서 일부로 공정을 길게 빼는 이유는 퀄리티를 더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그 대신 생산가는 비싸져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최고품을 만들어야죠"라는 자부심에 찬 말로 태평양물산의 프라우덴 제품을 설명했다.

     

  • ▲ 태평양물산 프라우덴사업부의 임영진 전무 ⓒ사진=이미화 기자
    ▲ 태평양물산 프라우덴사업부의 임영진 전무 ⓒ사진=이미화 기자

     

     

    지난해는 임 전무에게 잊지 못할 해였다. 다운가격이 평균 50달러에서 105달러로 2배 이상 급등하면서 가격 파동이 일어난 것. 다운 물량의 공급이 부족해지는 일이 벌어졌다. 때문에 태평양물산은 신규 시장 확보를 중지하고 거래하던 업체에만 공급물량을 우선 배정하고 신규로 들어오는 업체를 거절해야만 했다. 반대로 물량공급을 취소당하는 경우도 3분의 1이나 됐다. 다운 가격이 치솟으면서 자본금 문제로 물량을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했다. 한마디로 국내 시장과 달리 전세계적으로 다운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급증 등 외부요인으로 인해 시장이 위협받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임 전무는 다운파카가 비싸진 이유에 대해 "다운파카가 비싼 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거위·오리털 열풍인 탓입니다. 거위나 오리는 사육 형태에 따라서 품질이 달라지고 가격도 달라져요. 전 세계에서 유통될 수 있는 거위 오리 털 양은 5만5000톤이 전량인데 이건 매년 줄어들어갈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핸드플럭(Hand Pluck·살아있는 거위의 털을 뽑는 것)이 금지되면서 농장이 타격을 입기도 했고, 고기 자체가 채산성이 안 맞아 전 세계 농가에서 사육을 안 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다운 시장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냈다. "아웃도어 시장은 점점 커지는데 다운 물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큰 문제"라면서 "중국에 가면 꼭 산 근처로 가요. 등산복을 입었는지를 보는거죠. 아직까지는 청바지를 입고 산에 오르던 대한민국의 1980년대 수준입니다. 그러나 만약 중국이라는 나라가 아웃도어를 입기 시작하는 순간 저희한테 올 다운은 없다고 봐요."

     

    이에 태평양물산은 해외시장뿐 아니라 국내 오리털 시장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임 전무는 "국내 원료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국내 자원 유출을 막기 위해서였어요."라면서 "국내 오리농가에 충분히 보상을 하면서 같이 가려고 합니다. 그래야 오리고기 산업 자체가 오래가요. 잘못하면 망가집니다. 저희가 오리고기 도합 시스템으로 안 가는 이유는 이미 과포화 상태인데 저희까지 들어가면 더 망가지기 때문이에요. 함께 가는 게 저희 업을 지키기 위해서도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짓던 임 전무는 거위털 이불에 대한 예찬론도 빼놓지 않았다.그는 "저번에 거위털 이불을 덥고 온돌침대에 누워 있다가 더워서 혼났습니다."라고 농담을 던지며 "거위털 이불을 덮으면 더 이상 다른 이불을 못 덮어요. 정말 그 부드러움이란..." 그는 감촉이 생각난 듯 잠시 말을 멈췄다.

     

    이어 "온라인쇼핑몰에서 저가에 판매되는 거위·오리털 이불은 '깃털' 이불이지 '솜털' 이불이 아니예요. 대다수 소비자들은 왜 솜털 이불이 깃털 이불보다 비싼 줄 몰라요. 그냥 저렴해서 구입했다가 실망해서 다시 구입하지 않죠. 전 이게 너무 안타까워요.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된 솜털 이불을 덮는다면 왜 중세유럽 귀족들이 솜털이불에 목숨을 걸었는지 알거예요”라고 말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다운을 대체할만한 소재가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던졌다. 임 전무는 자신있는 표정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답했다. "거위, 오리털의 역사는 벌써 5000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여기에 대응할만한 소재가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소재가 개발된다 한들 환경적 문제, 보온성 등 모두 포함해서 다운을 뛰어넘을 물건이 있을까요?" 라는 말로 친환경기능성원료인 다운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 ▲ 태평양물산 프라우덴사업부의 임영진 전무 ⓒ사진=이미화 기자
    ▲ 태평양물산 프라우덴사업부의 임영진 전무 ⓒ사진=이미화 기자

     

     

    [태평양물산은?]

     

    지난 1972년 설립된 태평양물산은 의류 OEM을 시작으로 덕다운, 구스다운 등 국내 최초로 다운소재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 의류 수출 40년을 이끌어왔다.

     

    현재 의류 제조, 판매와 다운소재 가공, 생산을 중심으로 쌀가루 가공 및 침구류 제조 등 다각적인 영역에서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2013년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 8184억원, 영억이익 219억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태평양물산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는 국내 공급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다운소재 제품이다. 지난 1984년, 그 당시 수입에만 의존해오던 다운소재를 국내 최초로 가공하기 시작하면서 직수출과 수출용 원자재로 공급, 해외시장에서 최고급 제품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프라우덴(PRAUDEN)'이라는 프리미엄 다운 브랜드로 국내 유수의 아웃도어 업체뿐만 아니라 외국 유명 의류 바이어들에게 공급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태평양물산의 의류분야는 국내외 의류 OEM 시장에서 높은 매출고를 기록하며 H&M을 비롯해 갭, 콜롬비아 스포츠, A&F 등 다양한 고객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븐과 니트로 구분되는 의류사업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에 방대한 생산 기지를 구축해 미국, 유럽, 일본 및 내수의 대형 바이어에게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 ▲ 태평양물산 전경 ⓒ사진=태평양물산 제공
    ▲ 태평양물산 전경 ⓒ사진=태평양물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