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시 합병 무산 위기…주가 떨어지는 데 "어찌하오리까"M&A 발목 주범도 부담스럽고…정의선 부회장 지배 여론도 고민


  •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합병한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합병 반대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대규모 주식매수청구로 비용이 불어날 경우 합병 작업이 발목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을 다수 보유한 산업은행의 의사결정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두 회사는 지난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합병 승인을 받았다. 양 사의 흡수합병에 대한 안건이 각 사의 주주총회에서 각각 가결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는 주식매수청구대금 지급 등을 거쳐 오는 4월1일 합병법인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주식교환 비율은 1대 0.1776171이다. 현대엠코 보통주 5.6주당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1주를 교부하는 방식이다. 주당 평가액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각각 40만 3586원, 7만 1684원에 책정됐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2월 28일부터 3월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확정 기준일인 2월 4일 다음날부터 보유한 주식에 한해 부여된다. 또 서면으로 반대 의사를 통지한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찬성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번 합병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존재는 산업은행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요 주주인 산업은행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에 따라 합병의 성패가 좌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주식매수청구 대금이 합병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는 1000억 원을 넘을 경우 거래가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30만주(7.4%)를 10년 넘게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로부터 분할한 직후 주식을 최초 매입했는데, 이를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식 평가금액은 주당 40만 3586원이다. 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1210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 주식 매입 원가는 액면가 수준으로 1000억 원 안팎의 차익 실현이 예상된다. 장기 주식 보유로 일시에 대규모 자금을 회수하게 되는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는 양사의 주식매수청구대금이 각각 1000억 원을 넘을 경우 합병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였다. 합병에 따른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대규모 주식매수청구로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은 오히려 투자금 회수 기회를 잃게 된다. 금융시장에 정통한 한 인사는 "장외 시장에서 주가가 계속 떨어고 있는 추세인데, 더 떨어지기 전에 처분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의 주식매수청구도 부담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소액주주 지분은 14.8%로 60만 주를 1000여 명이 나눠 갖고 있다. 평가금액으로 환산하면 2400억원에 달한다. 산업은행 몫을 더하면 3600억원으로 불어난다. 합병 계약 해제 조건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산업은행과 소액주주의 청구권 행사 주식이 25만 주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의사결정이 이번 합병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고 민감한 사항이라서 내부 논의 결과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고민은 두가지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나설 경우 자칫 M&A 발목을 잡는 주범으로 몰릴까 적정이다.
 
또 하나는 이번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이 사실상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주머니를 불리는 목적으로 추진되는 만큼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활용해 합병을 반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충되고 있다.
게다가 산업은행의 경우 최근 정부차원의 공기업 자산 매각 압박과 장기간 보유주식 차익실현 등의 이유로 합병을 반대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합병을 반대한 뒤 주변 여건을 살펴 탄력적으로 주식매수청구 규모를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다. 과다 주식매수청구에 따른 합병 무산 가능성과 장기 투자주식 회수 기회 상실 등 여러 변수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