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유럽서 3번째 원전 수주전 철수 웨스팅하우스 협상결과 영향 가능성 대두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 비상등 美 에너지 생산 확대에 중동 재정악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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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코 두코바니 원전. ⓒ한국수력원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최대 원전 수출 시장인 유럽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다. 벌써 스웨덴, 슬로베니아에 이어 네덜란드까지 유럽 수주 경쟁에서 세 번째 불참하고 있다. 지난해 체코 원전 수주 당시 유럽에 수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이를 두고 올해 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 협상 타결의 여파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한수원이 유럽이 아닌 중동에서 원전 추가 수주 기회를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26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근 네덜란드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2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1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 나서며 수주에 공을 들여 올해 본격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돌연 포기한 것이다. 이에 네덜란드 원전 수주전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국영전력공사(EDF)만이 남았다.한수원의 유럽 원전 수주전에서 철수한 것은 이 뿐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스웨덴 전력회사 바텐폴이 발주한 원전 수주전에서도 손을 뗐다. 이어 지난달에는 슬로베니아 전력회사 젠에너지가 추진하는 신규 원전 'JEK2 프로젝트'의 타당성 조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한수원이 철수하면서 웨스팅하우스와 EDF의 2파전 구도가 형성됐다.잇따른 유럽 원전 철수 결정은 모두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한 이후에 이뤄졌다. 이에 사실상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유럽 주도권을 뺏긴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수원과 웨스팅 하우스는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하면서 구체적 합의 내용은 함구했지만 양사의 유럽 공동 진출 협력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다.한수원은 임박한 체코 원전의 최종 계약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을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수원의 거듭된 철수 결정은 유럽지역 원전 수출에서 웨스팅하우스에 상당한 몫을 양보한 결과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게다가 2022년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한 폴란드 원전 수주전도 LOI 이후 교체된 폴란드 정권이 원전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한수원의 유럽 원전 수주가 줄줄이 불발되면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중국(194기)과 러시아(50기)를 제외하고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서 총 186개의 원전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이 중 28%인 70기가 폴란드,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 유럽국가다. 유럽은 한국이 노릴 수 있는 최대 원전 시장이라는 점에서 지재권 협상 종료 후 유럽 3개국 원전 수주전에서 잇따라 물러난 점이 석연치 않다는 평가다.홍서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수원이 번번이 유럽 원전 수주전에서 철수하는 것은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상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면서도 "웨스팅하우스가 유럽시장 주도권을 갖는다 하더라도 독자적 시공 능력이 없는 만큼 한수원과 국내 기업과의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한수원이 업계의 추측대로 유럽 대신 중동 수주전에 나서더라도 이 역시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무역흑자를 줄이라는 압박이 노골화되면서 우리 정부가 미국산 에너지 수입확대 카드를 검토하고 있어서다.한국은 세계 3위 LNG 수입국으로 지난해 기준 미국산 LNG 수입량은 전체 수입량의 12.2%를 차지하고 있고 중동국가인 카타르와 오만이 각각 19.2%,10.2%다. 30%에 달하는 중동산 LNG 도입 물량의 일부를 미국산으로 돌려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꾀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중동산 LNG 수입이 크게 줄어들면 중동 원전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여지가 있다.더욱이 석유, 가스 채굴 확대를 통한 에너지 가격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책 중 하나다. 국제유가 하방압력이 확대될 경우 중동 등 산유국의 재정 악화 등 리스크로 직결돼 원전 프로젝트 발주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산업 발전을 위해 석유·가스의 증산으로 에너지가격 하락을 이끌어 중동 위주의 석유수출기구(OPEC)과 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 견제에 나설 것"이라며 "중동은 '포스트 오일', 즉 석유 이후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원전 도입 등에 나서고 있는데 석유가격 하락으로 돈줄이 마르면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