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위관계자 "포괄적 발언인데…구체적 사례는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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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규제를 어떻게 바꾸겠단 거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이 금융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가 외국계 금융회사 수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숨어 있는 규제'를 적극 개선하겠다고 말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무슨 규제가 문젠지,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파악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투자하기 좋은 국가' 발언과 맥락을 같이하는 추상적 발언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숨어있는 규제, 적극 개선"
최 원장은 최근 "외국계 금융사들이 영업하는 데 장애가 되는 '숨어 있는 규제'를 파악해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 관련 규제로 사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외국계 금융사들이 하소연한데 따른 일종의 화답이다.최 원장은 외국계 금융회사 대상 업무설명회(FSS SPEAKS)에서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국가’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이 자리에 발표자로 나선 요릭스 디역스 BNP파리바그룹 한국대표는 "국회에서 법을 만들 때 업계의 의견이 반영 안 돼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포지티브 방식(열거된 부분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원칙적으로 금지)의 법률 때문에 새로운 상품을 도입할 때마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비판했다.
설명회에는 스테판 버드 씨티그룹 아시아태평양 대표, 얀 반 덴 버그 푸르덴셜생명 아시아대표 등 금융사 임직원과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 등 340여 명이 참석했다.
◇ '숨어있는 규제'가 뭐기에…
최수현 원장의 이번 발언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숨어있는 규제'가 무엇이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를 어떻게 풀어나간단 말이냐는 질문이다. 일각에서는 "저런 발언이 필요할 정도로 외국계 금융기관이 한국계 금융기관에 비해 특별히 차별당하는 게 있느냐"는 물음도 나오고 있다.
최 원장의 발언에 대해, 금감원 내부에서도 정확한 해석을 내놓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투자하기 좋은 국가' 발언 과 맥락을 같이하는 선언적·추상적·포괄적 발언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발언이라, 숨어있는 규제가 무엇인지 구체적 예를 들긴 어렵다"며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과 같은 취지에서, 외국계 금융사들이 규제 완화를 제안했을 때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 표명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 원장의 이번 발언은 기조연설문 내용 중 일부다. 기조연설문은 구체적인 실무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큰 틀을 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외국계 금융기관 실무자가 실제로 호소한 어려움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IT 아웃소싱과 관련한 어려움을 호소하더라. 이 은행의 경우, 각종 정보 데이터를 홍콩에서 관리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업무상 그 데이터가 필요할 경우 홍콩의 서버에서 불러와서 쓴다. 하지만 한국에선 최근까지 이 같은 업무 과정에 대해 적법적인 절차라고 승인해주지 않다가, 작년 6월에서야 승인해주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이 국내 금융기관에 비해 특별히 차별받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며 답변이 일치했다.
앞서의 고위관계자는 "국적에 따른 차별은 전혀 없다"며 "단, 영업점의 형태나 규모에 따른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외국계 은행은 '지점'의 형태로 한국에 진출해 있다. 신문기사에서 '외은지점'이라는 용어를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은행 관련 법규는 이들 외은지점을 독립된 하나의 금융기관, 즉 본점과 같이 규제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본점에 적용되는 강한 규제를 지점 수준으로 완화해달라는 요청이 계속 들어온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른 고위관계자도 국적에 따른 차별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는 "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법이나 규제가 차별하는 바는 없다"며 "구체적 규준을 마련해 혹시 생길지 모르는 차별 요소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