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총재·외환은행장 내부인사 중용… 관치논란, 금융불황 타개 "두마리 토끼 잡았다"
  • ▲ 최근 모피아가 아닌 내부 출신 금융기관장 인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한조 신임 외환은행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 사진제공 : 각 기관.
    ▲ 최근 모피아가 아닌 내부 출신 금융기관장 인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한조 신임 외환은행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 사진제공 : 각 기관.

    금융기관장 자리에서 '모피아 (옛 재무부, 현 기획재정부)' 출신들이 사라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 금융계의 요직을 독차지하면서 '관치 금융' 논란이 일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같은 모습은 지난해 12월 권선주 기업은행장 취임부터 지난 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마지막 남은 수출입은행장 역시 모피아 출신이 아닌 내부나 전문가의 몫이 유력하다.  

◇ 모피아 사라진 모습 '낯설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일 이주열 전 한국은행 부총재를 차기 한국은행 총재에 내정하면서, 금융권의 이목은 모피아가 사라진 최근의 인사 추세에 새삼 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지난 2일엔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이 각각 수장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장에는 애초 경제 관료 출신인 윤용로 행장의 연임이 유력시되는 분위기였다. 기업은행장 자리 역시 애초 모피아 출신 인사들이 후보로 거론됐으나, 금융권의 예상은 빗나갔다. 차기 한국은행 총재 역시 결국 내부 출신인 이 전 부총재가 낙점을 받았다.
국책 금융기관에도 민간 출신 금융인들이 최근 득세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술신용보증기금에는 산업은행 수석부행장 출신의 김한철 씨가 이사장에 취임했다. 현재 공석인 수출입은행장 자리에도 민간 출신인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모피아보다 내부 출신, 왜?

모피아 출신 인사가 사라지고 있는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계속돼 온 관치금융 논란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관치금융 논란 탓에 청와대가 모피아 출신 인사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것이다. 

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관치 논란 탓에, 금융기관 뿐 아니라 정부가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 등의 기관에서도 모피아가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금융 시장 불황의 장기화를 원인으로 꼽는 견해도 나왔다. 정부기관 등 외부 조직과의 유대관계가 강한 모피아 인사는 성장기에 유리하지만, 지금은 금융 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내부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내부 인사가 적임이라는 설명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은 "금융기관들의 성과가 나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각 기관들은 비용 통제에 나서게 된다"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잡음을 최소화하려면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가 적당하기에 내부 출신 중용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관료 출신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의 상황에서 내부 인사가 더 적합하다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 ▲ ⓒ (왼쪽부터) 권선주 기업은행장, 차기외환은행장에 내정된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 (서울=연합뉴스)
    ▲ ⓒ (왼쪽부터) 권선주 기업은행장, 차기외환은행장에 내정된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