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비밀번호 타인에게 넘겼다면 카드사 배상책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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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용카드 복제를 당해, 100만원의 피해를 입었습니다.지난 연말에 있었던 일입니다. 송년회를 겸해서 오랜만에 만난 후배들과 술을 한 잔 했습니다. 1차 술자리를 마치고 그냥 헤어지기 아쉬웠던 우리는 유흥주점에서 한 잔 더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찾은 탓일까요. 그 주점의 술값은 제 예상보다 많이 인상된 상태였습니다. 그렇다고 후배들 앞에서 "비싸니까 딴 데 가자" 그럴 수도 없고, 난감했죠."너무 오른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더니, 종업원은 "신용카드 대신에 현금으로 결제하면 예전 가격만큼만 받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가진 현금이 없다"고 하니, "제가 대신 뽑아드리겠다"고 하므로,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카드를 건넸습니다.문제는 며칠 후에 일어났습니다. 이 종업원이 미리 준비한 카드 복제기를 이용, 제 신용카드를 몰래 복제한 것입니다. 복제 카드와 당시 제가 불러줬던 비밀번호를 이용, 현금서비스 100만원을 인출했습니다.그 종업원을 당연히 형사 고소했습니다만, 제 100만원을 돌려받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종업원은 말 그대로 무일푼이었기 때문입니다. 카드사에라도 책임을 물어 100만원을 돌려받으려 했지만, "그게 왜 우리 책임이냐"며 반환을 거부하고 있습니다.현금서비스를 제가 받은 것도 아니고, 복제카드로 인해 제가 부당하게 피해를 입은 상황인데요. 제가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요?[A] 이미 술에 취한 채로 음식점이나 술집, 유흥주점 등을 찾은 손님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종업원에게 자신의 카드와 비밀번호를 맡기는 것입니다. 이는 신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의 재산과 신용을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행위로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 하겠습니다.특히, 이런 식의 범죄로 카드 이용자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한 경우, 카드사는 이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여신전문금융업법·전자금융거래법 등에서는 신용카드의 위조나 변조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원칙적으로 금융기관인 카드사가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그러나 모든 원칙에는 항상 예외가 있기 마련이죠. 이 규정 역시 마찬가집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6조 ⑥항,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②항 등의 규정에 의하면, 위·변조 피해가 발생해도 신용카드 이용자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 금융기관의 책임을 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고의 또는 중과실의 예로 신용카드의 대여나 양도, 비밀번호의 누설을 들고 있는데요.신용카드는 타인의 손아귀에 넘어가면 쉽게 부정사용될 수 있는 것이라, 카드 이용자는 현금과 같은 정도의 주의를 기울여 카드를 보관할 책임이 있다는 것, 그리고 비밀번호는 부정사용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므로, 이 역시 주의를 기울여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으면서, 카드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법원(서울중앙지법 2004.6.18., 2003나52790) 및 금융감독원(2011.4.12., 조정번호 제2011-23호)의 입장입니다.그렇다곤 해도 손해배상 받을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민법은 사용자책임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데요, '타인을 고용해서 특정 업무에 종사하게 했는데, 그 종업원이 업무상 제3자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사업주에게 그 손해를 배상토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분명 업무와 관련해 손해를 입혔다는 점, 사용자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가 거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의 경우에도 유흥주점 업주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