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보조금으로 시장과열을 일으킨 이동통신사들은 지난 13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또 다시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다. 

가장 높은 93점의 벌점을 받은 LG유플러스가 14일 영업정지에 과징금 82억 5000만원, 다음으로 90점을 받아 2차 주도사업자로 걸린 SK텔레콤이 7일 영업정지, 과징금 166억 5000만원 처분을 받았다. KT는 44점으로 과징금만 55억 5000만원만 내면 된다. 

이날 방통위는 이통3사 임원들을 불러 시장안정화를 위한 각 사의 입장을 듣기도 했고 위원간 논의도 있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의외의 대답과 새로운 의견이 나왔다.  

◆ KT, 서비스-단말기 유통 분리 준비 중?

회의에 참석한 KT 김만식 상무는 보조금 제재 처분 전 소명하는 과정에서 "시장 과열, 위반을 주도하지 않고 본원적인 통신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시장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대희 상임위원은 김 상무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유통을 분리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현재 휴대폰은 일반 가전제품과 같은 전자제품이지만 일반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휴대폰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 대리점에서 통신서비스와 함께 판매하고 있다. 때문에 각 통신사에서는 고가의 휴대폰에 보조금을 얹어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상무는 김 위원의 질문에 "본연적 서비스 경쟁을 위해 해당 부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준비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김 상무의 이러한 대답은 변명이나 회피가 아닌 직접적인 대답이었다. "현재 시장 상황이 모든 통신사가 다 그렇게 판매하는 구조라 검토해 봐야 할 문제다", "차차 논의해보겠다"는 식의 대답이 아닌 “긍정적 검토,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앞서 KT는 휴대폰 가격을 표시하고 동일한 요금제를 주겠다는 취지의 ‘페어프라이스 제도’를 시행했었다. 휴대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시도 했지만 보조금 시장에 밀려 오래지 않아 결국 폐지되고 말았다. 

통신서비스, 단말기 유통 분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KT가 어떤 방법으로 이를 시행해 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 번호이동 일정 기준 넘어가면 차단…서킷브레이커 도입?

이날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전체회의 말미에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 위원장은 "주식시장을 보면, 거래량이 넘어가면 자동적으로 통제되는 제도가 있는데 여기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지 생각해 봤다”며 현 이동통신 시장 구조 개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그동안 이통3사에 대한 제재가 수차례 반복됐음에도 불구, 보조금 과열경쟁이 여전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갑자기 급등 또는 급락할 경우 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주식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다. 이를 이동통신 시장에 도입해 일정 기준 이상의 번호이동이 발생할 경우 자동으로 번호개통을 막아 시장 안정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오남석 국장은 "이전부터 몇 사업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제안해와 이통3사 사업자와 수 차례 회의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통사들 역시 과열된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해당 제도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오 국장은 "이통3사 모두 이러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상황"이라며 "구체적 시행 방법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하루 휴대폰 구입 건수는 2만건 수준"이라며 "마케팅 경쟁으로 시장을 과열시키지 않으면 큰 문제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