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1조7000억 규모 제품공급 계약 체결 등 협력관계 변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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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S-OIL)이 그동안 추진해 왔던 호주 유류 공급업체의 지분 인수 협상을 중단했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석유제품을 공급해 온 만큼 수출다변화 전선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25일 에쓰-오일은 호주 유나이티드 페트롤륨(UP)과 우선협상대상자로서 지분 인수 관련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협상을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UP 지분 인수를 추진하며 호주 유류 터미널 사업에 진출하고자 했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하지만 제품 수출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UP는 호주 전역에 300여개의 주유소를 보유한 대형 석유유통 회사로, 에쓰-오일은 자회사인 유나이티드터미널과 2년간 1조7000억원(휘발유 약 1조원, 경유 7000억원, 항공유 일부) 규모의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인수 협상은 결렬됐지만, 석유제품 거래에 기초한 협력관계를 변함없이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의 경우 엄청난 크기의 대륙국가로 전국토의 90% 이상이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다.
특히 해안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돼 있어 필요 수 만큼 정제시설을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 땅이 넓고 인구 집중도가 낮아 물류비용을 감안, 지역별로 분산할 경우 규모의 경제 실현이 어려워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울산, 여수, 대산지역에 4개의 정유공장이 집중되면서 사실상 세계 최대 규모의 시설을 운영중이다.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효율성 역시 세계 최고다.
이와 달리 일본의 경우 약 27개의 정유공장이 전국에 흩어져 있다. 결국 규모의 경제 실현이 어려워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호주 역시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동안 시드니(쉘, 칼텍스), 멜버른(엑슨모빌), 길롱(쉘), 브리즈번(칼텍스, BP), 퍼스(BP) 지역에 총 7개의 정유공장을 운영중이지만, 설비 노후화가 심각해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호주 석유제품 시장은 자국 수요 증가는 물론, 관광객이 늘면서 렌트카 등 차량은 물론, 항공 수요까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상 M&A의 경우 협상이 중단되는 것은 '가격' 때문 이지만, 이번은 좀 다른 것 같다"면서 "지분인수 가격 자체가 그리 높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가전략사업에 대한 호주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