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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1일. 민족 최대 명절에 발생한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사건은 국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씨프린스호(제품운반선), 허베이스프릿호(유조선) 기름유출 사건으로 인한 천문학적인 피해를 이미 경험했던지라 충격은 더욱 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업계는 물론, 국민들의 고개까지 갸우뚱해지고 있다. 사고를 낸 선사의 경우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GS칼텍스만 죄인 취급을 당하는 등 일반상식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1차 피해자는 GS칼텍스, 2차 피해자는 여수시민' 이라는 사건 본질의 정확한 판단과 발언을 한 해양수산부 장관이 경질되면서 사건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번 사건의 프레임은 선주, 원유도입처인 GS칼텍스, 여수 앞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하는 여수시민, 정부, 해경, 도선사, 해무사 등이 엮이면서 복잡하게 보이지만, 우이산(WU YI SAN)호의 충돌로 발생한 단순 사건이다.
단순하게 우리집 보일러에 난방용 등유를 배달 온 탱크로리가 보일러를 들이 받아 탱크로리에 들어있는 기름이 아닌, 우리집 보일러 연료통에 들어 있는 등유가 옆집으로 흘러 들어간 사건으로 보면 된다.
당장 우리집에 동네사람들이 달려와 항의할 수 있지만, 사실을 파악하면 당연히 사과는 물론, 외부로 유출된 기름 처리, 이로 인한 피해복구 모두 배달 온 탱크로리 기사 및 고용주가 책임지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24일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우이산호 충돌 기름유출 사건과 관련해 도선사와 선장(선주고용), 그리고 GS칼텍스 원유저유담당 김모 팀장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실상 이번 사건에 반환점을 돈 것이다.
하지만 기름유출 사건의 경우 '배상'이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당장 급한 부분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GS칼텍스가 책임을 졌다면, 이제는 철저히 관련법과 국제법에 연계한 체계적인 논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허베이스프릿호 사건 당시 수백만명의 국민들이 자원봉사에 나섰지만, 레코드(기록)가 없어 보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이제는 철저히 국익 차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보성 처리를 냉철하게 진행해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GS칼텍스의 업무는 시작조차 안됐다 -
이번 검찰의 영장 청구에는 우이산 호 선주가 고용한 도선사와 선장 이외에도 GS칼텍스 원유저유담당 팀장이 포함됐다. 향후 배상 및 보상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GS칼텍스측의 책임도 있는 만큼 배상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의 영장 청구에서는 공항의 사례가 참고됐던 것으로 보인다. 공항에서 비행기 착륙시 관제탑의 지시를 받게 되는데, 비행기가 착륙 속도 이상으로 접근해 오고 있음에도 제대로 조치를 안 할 경우에 빗 댄 것이다.
원유저유팀장 역시 우이산호가 사실상 항속속고인 7노트로 접근을 하는데 아무런 제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 역시 GS칼텍스의 업무는 아니다. 관제업무는 철저히 여수지방항만청 소속 여수광양해상교통관제센터의 고유 업무다.
여기서 분명히 확인해야 할 사안이 있다. 통상 원유 도입업무의 경우 선박의 접근에서 고정까지가 선주(선박)의 업무다. 도선사를 고용하는 것도 선사의 몫이다. 선박이 안정되게 고정이 됐을 때 로딩암(배관연결) 및 원유저유를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번 사건에 있어 GS칼텍스의 업무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모 팀장의 경우 당시 설 연휴로 현장에 있지 않았다.
특히 이날 현장에 근무 했던 6명의 직원은 사건 발생 직후 차량으로 이동, 수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달려와 수동으로 지름 1m가 넘는 원유 및 나프타 파이프 등 3개의 잠금장치를 손으로 직접 잠궜다.
도착 당시 자동 잠금 버튼을 눌렀지만 충돌 이후 전력 공급이 끊겨 커다란 잠금 밸브를 손으로 돌려 막았다. 끊어진 배관 건너편에는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직원이 발을 동동 굴리며 바라만 보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수동으로 배관 차단 작업을 하던 한 직원은 해경의 '늑장대응'에 대한 질문에, 답변 대신 물집이 터져 상처입은 손바닥을 보여줬다고 한다.
▲'탁상행정'이 낳은 기형아 '허위·거짓신고'
이번 사건에서 GS칼텍스는 '유출량 허위신고'로 공분을 샀다.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즉시 해당 관청에 통보를 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최초 신고자의 임의 추정치가 실제 유출량과 엄청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GS칼텍스 현장 직원은 유출량을 묻는 관계기관에 800ℓ로 신고를 했다. 이후 해경 1차조사 추정치에서는 164㎘, 지난달 28일에는 655㎘~754㎘로 추정했다. 이 수치 역시 정확한 것은 아니다.
GS칼텍스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실수를 인정하고 있다. 현장 직원이 당황해서 잘못 보고한 내용을 사태 수습에 급급한 나머지 수정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치를 수정하려 해도 사상 초유의 사태인 만큼 어느정도의 기름이 유출됐는지 추정조차 어려웠다.
문제는 위급상황에서 유출량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의문이다.
사건 발생 신고를 하고 위급상황 대처에 최선을 다 한 후 물량을 산출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두 달여가 지난 지금도 정확한 유출량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아니 계산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신고 메뉴얼에 유출량을 기재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이번 '허위·거짓신고'라는 '기형아'를 낳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수천억원대 피해 배상은?
GS칼텍스는 사건 초기 도의적 책임으로 복구비용 20억원, 여수지역 수산물 구입 지원에 7억 등 총 27억원을 미리 지급했다.
하지만 이번 비용의 경우 선사가 가입한 보험이나, 선주상호보험(P&I. Protection and Indemnity)을 통해 받아야 하는 금액이다.
피해 예상금액은 정확하지 않지만, GS칼텍스의 접안시설 등 복구비용만 10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오염복구비용 및 여수지역 수산업 피해, 자원봉사자들의 인건비 등 얼마가 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현재 유조선의 경우 통상 선박보험과 선주상호보험에 가입 돼 있다. 선박보험의 경우 보상 책임 한도가 300억원이다. 또 선주상호보험의 경우 10억달러로 1조원이 넘는다.
이번 사고는 유조선이 접안시설을 들이 받았지만 유조선에 실려 있는 기름은 유출 없이 연결 파이프 배관에서 기름이 쏟아져 버린 것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사건이다.
결국 해경과 우리 검찰의 수사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도 있다. 시나리오에 따라 배상금액도 달라질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야 보험금 지급을 최소화 하기 위해 최대한 상대방의 실수를 끌어들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해경과 검찰, 그리고 법원의 판결이 배상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만약 GS칼텍스 원유저유팀장 김모씨에게 검찰의 주장에 따라 법원이 처벌을 내릴 경우 그만큼 보험사 측의 배상액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결국 그 부담은 GS칼텍스가 져야한다는 것이다.
▲유례 없는 초유의 사건 …접안시설 등 P&I 포함토록 국제적 공감대 형성 노력해야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GS칼텍스가 직원 과실분 만큼 배상을 해야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GS칼텍스는 1000억원대의 시설 피해를 입고도 아프다는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사법부는 물론, 정부 역시 냉철한 시각에서 이번 사건에 접근을 해야 한다.
사건 초기 정부가 급급한 나머지 책임을 전가할 '마녀'가 필요했을 지는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피해자가 가해자로 전락하는 우려를 범해서는 안된다.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었던 사건인 만큼, 유조선 뿐만 아니라 유조선과 연관돼 있는 접안시설 등도 배상 한도가 높은 선주상호보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국제적인 공감대 형성에 나서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