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탈 석유협회 가입
"필요 조건은 충족, 충분 조건은 글쎄"

삼성토탈의 대한석유협회 회원가입 결정을 앞두고 자격 요건이 도마위에 올랐다.

석유협회 한 관계자는 "삼성토탈이 정제업자로 등록돼 있고 정제업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협회 가입의 필요 조건은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맞다"면서도 "관련법에서 정의하는 정제업자의 의무와 자격 요건은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기준일 뿐, 이는 삼성토탈이 협회에 가입할 수 있는 충분 조건은 아니다"는 의견을 전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 역시 삼성토탈은 정유업체로써 실질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주유소, 저유소, CDU(원유정제시설)가 없어 석유협회에 가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석유정제업을 여위하면서 적게는 수천억에서 많게는 조단위의 투자를 통해 일궈 온 시장에 삼성토탈이 사실상 '무혈입성'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다.

최소한의 기준에는 부합하지만, 석유협회 회원으로서의 충분한 자격을 갖췄는가는 또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2014년 4월 현재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법(석대법)' 상 석유정제업자는 상압증류시설(CDU·Crude Distillation Unit, 원유정제시설), 감압증류시설, 개질시설, 탈황시설, 분해시설 중 하나 이상의 시설을 갖춰야 하며, 사업개시연도 석유 내수판매계획량의 60일분에 해당하는 양과 사업개시연도 석유제품 생산계획량의 45일분에 해당하는 양 중 많은 양을 비축해야 하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

사실상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국가에서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조치다.

석유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정유4사는 앞서 밝힌 5가지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각사들은 평균 106일분에 해당하는 석유제품 및 원유를 비축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위의 정제업 등록 요건을 충족시켜 지난 2010년 석유정제업자 등록을 완료했다. 한 때 논란이 됐던 비축 의무도 현재는 이행하고 있으며 그 수준 또한 정유4사와 비슷한 수준(100여일분)이다.

하지만 정유업계가 지적한대로 아직까지 주유소와 저유소, CDU 등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4사와 삼성토탈이 가장 다른 점은 'CDU의 유무'라고 보면 된다"면서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해서 나오는 제품을 기반으로 생산 활동을 펼치는 반면, 삼성토탈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면서 부산물을 다루기 때문에 공정의 시작 자체가 달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첫 출발 공정이 다르기 때문에 삼성토탈과 정유4사를 유사한 성격의 업체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삼성토탈의 주장은 다르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CDU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비슷한 정제시설을 이미 증설하고 있다"면서 "정유4사 쪽에서는 크루드 오일을 원료로 하고, 삼성토탈은 컨벤세이트를 원료로 공정을 시작할 뿐 결국 결과물(휘발유, 경유)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2010년 정제업 등록을 한 것은 '휘발유 등 에너지 제품을 생산하니까 똑같이 정제업자 등록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기존 정유업체들의 요청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며 "그 때는 같은 정제업체라고 이야기를 해놓고 지금 와서 업종이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협회가입을 앞두고 이슈가 되고 있는 '삼성주요소'의 등장과 관련, "현재 주유소나 저유소 시설을 짓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한편, 석유협회는 오는 3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정유4사 대표들이 참석하는 총회를 열고 삼성토탈의 회원가입 승인 심사를 진행하며 최소 3표를 얻어야 가입이 성사된다.

결국 자격 심사가 아닌 만큼 각사 대표들의 기준과 관점, 이해관계 등이 상이해 뚜껑을 열어봐야 알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