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데체 누구를 위한 규제개혁인가?영업 규제 신규출점까지 제한…업계, 소비자 모두 불편알뜰주유소 등 반시장 정책 남발 시장 직접 개입도


"내수 활성화를 위한 투자여건 확충에는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규제 개선을 넘어 규제 시스템 자체를 개혁하겠다.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고 남아있는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시키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 초 취임 1주년 담화문 발표를 통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제시하며 2017년에 3%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성장률을 4%대로 끌어 올릴 것과 고용률 70% 달성,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을 넘어 4만불 시대로 가는 초석을 다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외변수 취약한 수출보다 내수 기반 다져야

이렇듯 박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개혁의 핵심에는 규제개혁을 통한 내수 살리기가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내수 침체에 따른 경제적 기회 손실 추정 보고서'를 발표하며 장기균형 수준만큼 내수의 두 축인 소비·투자가 이뤄졌다면 지난 10년간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0.4%포인트 상승해 3.9%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 비중은 미국(87.1%)이나 일본(79.4%)보다 낮은 74.3%로 낮다고 밝혔다. 이는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출은 대외변수에 취약한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 국내 경제를 위협하게 된다. 게다가 수입의존적 수출구조로 해외 경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때문에 이를 버텨줄 내수가 튼튼해야 하는 것이다.



  • 내수 성장위한 국내'소비' 키우려면 '유통'도 자유로워야

    내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대표적 내수업종이자 생활에 가장 근접해 있는 유통업계 역할이 중요하다. 유통업계야 말로 소비가 이뤄지는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통업계들은 경제불황에 더해 각종 규제로 발목이 잡혀있다.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로 내수 시장이 더욱 위축돼 이들 유통업계의 매출 걱정이 더해가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대형마트 3사 매출은 모두 지난해보다 줄었다. 이마트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기존점 기준 1.9% 감소했으며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각각 4%, 4.1%씩 떨어졌다. 

    산업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증감률은 2012년 2분기부터 마이너스였다. 이는 기업형슈퍼마켓(SSM)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올 1월을 제외하고 지난해부터 매출 하락이 계속됐다. 

    지난해 개정된 유통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은 일요일 포함 월 2회 공휴일, 매일 밤 12시부터 오전 10시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얇아진 소비자들의 지갑, 영업 규제에 신규출점까지 제한되니 어려움이 크다"며 "규제를 통해 최소한 누구 하나는 좋아야 하는데 업계, 소비자 모두 불편하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역시 "주로 주말에 장 보러 나오는 소비자들 이 같은 규제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며 "전통시장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된다면 몰라도 크게 실효성이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 아울러 정부의 지속적인 기름값 하락 압박에 주유소 업계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 당 2000원을 넘을 경우 알뜰주유소를 통해 130원 가량 싸게 공급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에 주유소협회는 "알뜰주유소를 제외하고 전국 1만 2000여 주유소들이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알뜰주유소 정책은 그 운영자와 주변 일부 국민에게만 혜택을 주는 반면 경영에 허덕이는 영세 주유소 운영자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한다"며 형평성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주간 단위로 주유소 거래상황기록을 보고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김문식 주유소 협회장은 "대통령의 규제완화 의지에 역행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정유사 공급거래 정산, 거래업체 정산 등 거의 모든 업무가 월단위로 이뤄지고 있는데 거래상황부만 주간단위로 변경하는 것은 사업자 부담만 가중되는 것"이라며 "보고주기 단축으로 가짜석유 이상 징후를 파악한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협회는 그간 가격고시제와 주유소 총량제 등 일정부분의 규제를 건의했음에도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이유로 묵살해왔다며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자 알뜰주유소 등 반시장 정책을 남발하며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유소업계가 반발하자 석유수급보고 전산화시스템을 도입, 정부 시장개입을 더욱 확고히 하고 시장 장악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 또 다른 사례로 전 국민 수 보다 많은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이동통신 시장의 규제다. 스마트폰의 보급화로 신규 스마트폰 출시와 보조금 지급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권에 오르내릴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사로 손꼽힌다. 

    최신 스마트폰이 몇 개월에 한 번씩 출시되면서 교체 주기 또한 짧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약정기간인 2년이 채 안된 약 1년 6개월 정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수년간 불법 보조금 지급 근절을 위해 전국 유통점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시행, 올 초에는 이통3사에 역대 최대 과징금 1064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수차례 보조금 대란이 일었고 경쟁사의 불법 행위를 고발하는 폭로전으로까지 번졌고 결국 미래창조과학부는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은 이통3사에 45일의 사업정지 명령을 선고했다. 

    지속되는 규제에 병든 것은 유통업계 종사자들인 대리점 판매인들이었다. 이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휴대폰 판매가 45일동안 제재당하자 반발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구제방안을 내놓지 못 했다. 게다가 보조금 규제로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휴대폰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어 판매인들에게는 더욱 고통스런 결과를 안겨주게 됐다. 

    한편 박 대통령은 올 초 신년 인사를 통해 내수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규제 총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오석 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 "규제개혁이야말로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규제개혁은 공공기관 정상화와 함께 박근혜 정부의 대표정책"이라고 강조한 만큼 정부의 규제개혁을 통한 내수 살리기 성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