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유럽 통상마찰 증가…한·중 기술격차 1.9년

  • "원화 강세, 시나리오에 다 예측돼 있었죠. 작년부터 불거진 환율 동향은 위기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올해는 다른 대외환경 변수도 많습니다. 시나리오에 포함된 대외환경 부문 변수 중 선진 시장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과 중국 등 신흥시장 불안 요인에 따라 사업 로드맵이 세부 조정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올해들어서도 여러 '대외적 위기상황'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환율 움직임은 예측 가능했던 사항이고, 선진 시장의 경쟁력 회복과 중국 변수에 대한 대응이 긴박하다는 게 국내 완성차업계 모 임원의 설명이다.

    작년에 예측한 시나리오가 올해 변수와 변화에 연동해 사업계획은 물론 각 제품 생산과 개발에 대한 로드맵을 조정하고 있다는 것.

    올해 경영환경은 세계 경제의 회복에 따라 점진적 개선이 예측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국내 기업의 입장에서도 북미 시장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경제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으로 객관적인 경영환경은 작년보다 나쁘지 않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의 시장 회복이 빨라지면서 주관적인 경쟁환경은 오히려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잦은 통상 마찰로 높아지는 선진 장벽과 중국같은 신흥시장의 추격전은 가장 큰 부담이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생산, 품질, 디자인 부문 등에서의 기본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미래 경쟁력 확보 등을 통한 새로운 성장전략을 마련함으로써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하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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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상마찰 확대…선진장벽을 넘어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에 따르면 올해 세계 교역량은 경기회복에 힘입어 4% 후반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 완성차 수출은 세계 자동차시장의 점진적 수요 성장과 FTA 효과에 따른 수출여건 개선 등으로 전년대비 4.5% 증가한 510억 달러 예상된다. 자동차부품 수출도 전년대비 약 3.1% 증가한 263억 달러로 관측된다.

    하지만 북미와 유럽지역 중심의 시장이 회복되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통상마찰이 심화될 우려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다자주의를 위한 WTO의 구심점 역할이 약화되어 지역경제통합을 통해 무역자유화를 촉진하는 지역주의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했으며 이를 둘러싼 글로벌 통상패권 다툼이 치열해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기 위해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주요국가(G20)를 중심으로 2011~2013년 상반기 사이 관세·비관세장벽 관련 분쟁이 약 110건이나 발동했다.

    국내 산업계는 이같은 선진장벽을 현지화로 극복하고 있다. 글로벌 톱5의 초석이된 미국 앨라배마 공장 진출을 이뤄낸 현대차가 대표적인 예다. 40여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체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북미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글로벌 경쟁국으로 본격 진출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통상압력이 대폭 완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국내 업계가 주목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차 그룹은 해외 현지생산을 통해 2009년 국내 350만대, 해외 150만대 등 연간 500만대 이상의 생산규모를 갖춰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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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등 신흥국 맹추격…기술력 선택과 집중이 해법

    중국 등 신흥국의 주요 산업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나라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는 것도 국내 산업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국내 산업계에 미칠 심각성을 감지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120개 국가전략기술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2년도 기술수준평가'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이 2.5년 앞섰던 한·중 기술격차는 2012년 1.9년으로 단축됐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도 중국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우리나라와의 격차를 2011년 26.9에서 지난해 19.3으로 줄였고, 반도체와 IT융합에서 격차를 좁히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전략기술의 수준이 최고기술국인 미국이나 일본에 한 발짝 가까워졌지만 급성장하는 중국의 맹추격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

    이미 우주·에너지자원 등 분야의 13개 기술은 중국이 앞선 것으로 평가됐고, 핵융합 기술은 중국이 우리나라와 어깨를 견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중국보다 29개 기술이 3∼7년, 68개 기술이 1∼3년, 9개 기술이 1년 이하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13개 기술은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상황이다.

    산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등 신흥국의 기술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의 기술력이 대표적 사례다. 일반 자동차 강판보다 3배 강하면서 무게는 30% 가벼운 차세대 알루미늄 강판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식 해상 원유 생산 저장 시설도 같은 예다. 휘어지는 가변형 UHD TV나 저공해 에코쉽들도 아직 중국이 따라오지 못한 기술들이다.

    기술 개발과 함께 산업 구조를 고부가 가치 위주로 재편하는 것도 필요한 과제이다. 애플의 아이폰 같이 아예 완전히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하거나, 우리가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전자와 자동차 산업간의 결합 같은 ICT산업간 융합도 활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