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시민단체, 다양한 이유로 회장·행장 등 고발"법적 책임 철저히 묻되, 상생 모습도 보였으면…"
  • ▲ 금융권 수장들이 노조·시민단체로부터 잇따라 형사 고발을 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사진은 윤영대 KB국민은행노조 위원장(오른쪽) 등 국민은행노조 관계자들이 금융권 수장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모습. ⓒ NewDaily DB
    ▲ 금융권 수장들이 노조·시민단체로부터 잇따라 형사 고발을 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사진은 윤영대 KB국민은행노조 위원장(오른쪽) 등 국민은행노조 관계자들이 금융권 수장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모습. ⓒ NewDaily DB

    바야흐로 금융권 수장들의 수난 시대다. 금융지주사 회장·시중은행장 등 금융사 ‘리더’들은 물론,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의 최고 책임자들까지 시민단체·노조 등으로부터 잇따라 형사 고발을 당한 상태다.

고발 당사자들은 신상필벌을 통해 책임을 엄격히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금융권 바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대한민국 금융판이 싸움판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 개인정보유출·배임·부당해고…고발당한 사연 각양각색

최근 고발당한 금융권 수장으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이건호 국민은행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신제윤 금융위원장(장관급)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차관급)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 등이 있다.

고발당한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 17일 외환은행 노조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고발당했다.

하나금융지주가 그룹비전 교육에 외환은행 직원들을 참여시키는 과정에서 교육위탁업체에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넘긴 게 화근이 됐다. 외환은행 노조 측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등을 위반했기에 지주사와 지주회장을 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등에 한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 측은 하나금융지주가 이같은 규정에도 외환은행이 보유한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직원의 동의 없이 교육위탁업체인 H사에 무단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룹비젼 교육의 경우, 직원이 신청한 연수가 아니기 때문에 직원 개인정보 제공은 사실상 동의 없는 제공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김정태 회장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노조의 이번 고발과 관련, 외환은행의 모기업인 하나금융지주는 문제될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교육위탁업체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이번 건은 고객·제3자 등에게 마케팅 목적으로 정보를 넘기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번 건의 경우 직원 교육을 위해 업무를 위탁한 것이며,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개인정보 사용 내역을 공시할 경우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게 하나금융 측의 설명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엔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고발당했다. 고발 주체는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와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 고발 취지는 국민은행에 대한 업무방해죄다.

이들 단체는 "신 위원장이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을, 정 부위원장이 금융연구원 출신인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선임토록 했다"며 "낙하산 인사를 실시해 KB금융과 국민은행 업무를 방해하고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 등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금융소비자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으로부터도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함께 고발당했다. 

금융소비자 관련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달 28일 임 회장과 이 행장, 국민은행 사외이사 전원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이번 KB금융의 내분이 2000억원대에 달하는 전산시스템 교체에 따른 이권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며 "KB금융 사태를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어 관련자 모두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지난달 22일 예고한 후, 28일 고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문제로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하영구 씨티은행장 역시 고발을 피해가지 못했다. 씨티은행 노조는 지난달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며 하 행장을 노동청에 고발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희망퇴직이 부당노동행위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 "책임 철저히 묻되, 상생 모습 보였으면…"

수장들을 고발한 당사자들은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에게 엄격히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영대 KB국민은행노조 위원장은 "이번 고발을 계기로 내부통제 부실·금융사고 등의 원인인 관피아 낙하산 인사를 철저히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역시 "최근 계속되는 사태를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고발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 철저한 문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금융권 바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에 처해 있는 금융권이 갈등으로 번져가고 있는 모습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정진연 전 숭실대 법대 교수는 "금융권 수장이 어떤 형태로든 잘못을 저질렀다면, 법적인 책임을 철저히 지는 게 옳다"며 "그것이 법치주의 국가의 응당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도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 등으로 금융권이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내부간의 갈등마저 발목을 잡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금융권의 전 구성원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뛰는 모습, 상생하는 모습이 아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