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개선안 중기 기준은 되레 깐깐해져..."동반위 오히려 갈등 부추긴다" 비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사회적 갈등 문제를 논의해 민간 부문의 합의를 도출하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최근 재계와 대기업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사실상 '대기업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동반위는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제28차 동반위 전체회의를 열고 '적합업종 제도 운영개선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신청·접수, 적합성 검토, 합의·조정협의, 사후관리에 이르는 제도 운영 전반에 걸쳐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동반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반응이 심상찮다. 이번 적합업종 개선안이 대기업들에 대한 구제는 완화되고 중소기업들에 대한 기준은 깐깐해졌다는 점을 꼬집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동반위의 제도 개선 가이드라인이 실행되면 올 하반기에 재지정을 받아야 하는 82개 업종 중 20~30%가 적합업종으로 재지정 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동반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반대하는 대기업과 재계의 시정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사회적 갈등 문제를 논의해야하지만 정작 중소기업을 팽개치고 대기업 들러리로 전락한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유장희)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박 의원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소극적인 적합업종 지정 및 대기업 편향적 지수발표 등으로 동반성장위원회가 무늬만 동반성장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며 "이번 제도개선안에 대해서 세미나와 공청회, 실무위원회 심의 등을 통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이 바라는 바를 제대로 들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일침을 가했다.

◇ 소상공인단체, "동반위 아전인수 더 이상 못봐주겠다"

  • 박 의원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단체에서도 동반위의 아전인수 제도 운영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공동회장 박대춘·최승재), 한국외식업중앙회, 대한제과협회(회장 김서중) 등 3개 단체는 최근 공정위 모범거래기준 폐지를 이유로 적합업종제도의 합의내용을 변경하려는 대기업의 행위에 반발하며 동반성장위원회에 공동의견서를 제출했다.

    공동의견서 제출과 함께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공동회장은 "일부 대기업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전혀 별개의 건이자 모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폐지한 모범거래기준을 빌미로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의 상징인 적합업종제도 자체를 뒤흔들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동반위의 이 같은 '적합업종 제도 운영개선 방안'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발을 묶어 버린 경우라고 지적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적합업종 취지가 퇴색될까 우려스럽다"며 "이는 동반위가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발도 묶어버리는 셈이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관련업계에서는 동반위의 한계에 대해 관련 재계의 추천과 지원으로 운영되는 조직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도 거론되고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최근 동반위의 행태를 보면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기 보다는 '눈치보기 식 운영'으로 밖에 안보인다"라며 "이는 오히려 갈등을 더 부추기는 행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