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산하기관 테스트 판정 번복, 부실 의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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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동일 차량의 연비에 대해 통일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가진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 연비 브리핑에서 각 부처는 극심한 혼선을 노출했다.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연비 재검증 과정에서 국토부가 산업부의 적합 판정을 뒤엎으며 사후관리 검증 절차와 방식에 대한 업계 반발과 소비자 혼란으로 가중됐다.

    2013년부터 연비 인증이 산업부와 국토부 등으로 이원화돼 이뤄지면서 총괄하는 콘트롤타워가 없다보니 부처간 '밥그릇싸움' 양상으로 비쳐지며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현대차와 쌍용차는 '유감'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이례적으로 반발 수위를 높였다. 연비 측정 조건과 관련 테스트 운전자의 운전 패턴, 시험 설비, 시험실 환경요인, 시험 연료, 차량 고정방식, 차량 길들이기 방식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동일기관이 측정해도 편차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해당 차종에 대해 국토부와 산업부는 각 부처간은 물론 동일 부처에서도 서로 다른 결과가 측정됐다. 산업부가 산하 공인기관을 통해 자체적으로 테스트한 차량 연비에 대해서도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는 이날 아우디 A4 2.0 TDI,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크라이슬러 짚 그랜드체로키, 미니 쿠퍼 컨트리맨 등 수입차 4개 모델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비 사후관리는 정부 공인시험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 자동차부품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환경공단 등 4개 공인기관에서 모델 당 3대의 시험평균값이 신고연비 대비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중 한 개라도 -5%를 초과한 모델은 2차 시험을 실시하고, 2차 시험에도 허용오차 범위를 벗어난 모델에 대해서는 최종 부적합 판정을 내리는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부적합 판정을 받은 4개 모델 중 미니쿠퍼 컨트리맨과 크라이슬러의 지프 그랜드체로키 등 2개 모델은 산하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의 테스트를 거쳐 연비인증을 했다가, 사후관리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내려 업체들에게 혼선을 초래했다. 결국, 산업부 자체 인증 테스트와 사후 관리에대한 연관성이 끊기는 오류을 빚으며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BMW와 크라이슬러측은  "정부가 지정한 공인기관에서 테스트한 결과를 정부가 부적합 판정을 내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며 "산업부에 수 차례에 걸쳐 재조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입차업체들은 국내에서 연비테스트를 신청할 경우, 비용부담은 물론, 수개월을 기다려야 할 만큼 진행이 늦어 최근에는 본사의 자체 테스트 수치로 신고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한국정부의 이 같은 견제가 계속 된다면 신모델 도입에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번 연비부적합 판정으로 현대차와 쌍용차는 각각 10억원과 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예정이다. 반면 산업부는 두 업체에 제재를 취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 연비검증 결과 부적합 판정이 난 아우디 A4 2.0 TDI 등 외제차 4개 차종에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또 국토부는 '자동차 연비 중복규제 개선방안'에 따라 향후 모든 자동차에 대한 연비 사후 관리를 시행할 방침이다.

    결과를 놓고 보면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진행된 재검증 절차가 세금만 낭비했다는 업계와 소비자들의 비난속에 관련 부처가 책임을 면키는 어렵다.

    산업부는 자체 조사마저 판정을 번복하며 검증에 오점을 남겼고, 국토부는 경쟁력을 키워야할 자동차 산업에 대해 규제를 위한 규제를 가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