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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 지난 5·6월 황금연휴와 월드컵특수에도 세월호 참사 이후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내수 진작책이 시급한 상황. 이에 소비 살리기는 출범을 앞둔 2기 경제팀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 할 수 있다.
최근 서울연구원은 '2분기 서울경제 여건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2분기 소비자태도지수는 1분기(97.9포인트)보다 2.8포인트 하락한 95.1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시민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악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장기화한 내수 침체에 세월호 참사가 더해진 영향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지표를 봐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지난 6월 제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7로 지난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운수와 숙박 등이 포함된 비제조업의 6월 BSI는 전달보다 3포인트 떨어진 66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나빠졌다는 의미다.
다음 달 체감경기를 전망하는 7월 제조업 업황 전망 BSI는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한 78을 기록했다. 비제조업은 3포인트 하락한 69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위축된 내수 경기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의미다.
6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7로 전월(105)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전 수준을 회복하진 못하고 있다.
올 1월 CSI는 109를 기록한 이후 2~4월 각 108을 유지한 바 있다.
여기에 현재 경기판단 CSI는 79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91) 대비 12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에서도 내수 침체를 걱정하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3분기 예상되는 유통상 경영애로 요인으로 기업들은 '소비심리 위축에 따름 매출부진'을 첫손에 꼽았다.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도 2분기(113) 대비 11포인트 하락한 102로 집계됐다.
RBSI는 유통업체들이 체감하는 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김경종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월드컵 특수가 실종됐다고 할 정도로 현재 소비시장은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어 3분기에도 완만한 회복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침체한 사회 분위기를 쇄신하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부와 기업 간 공조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각종 경제지표가 내수 진작책이 필요한 시점임을 가리키고 있다. 이에 2기 경제팀의 내수 살리기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10대 과제를 제언했다.
10대 과제는 투자 활성화 방안과 서비스·건설 활성화, 경제계의 실천사항으로 나뉜다.
투자 활성화 방안으로는 △일자리창출형 규제개혁 △아이디어형 창업환경 조성 △급격한 기업부담 증가 속도 조절 △외국인 투자유치경쟁 본격화 등을 제언했다.
서비스·건설 활성화를 위해서는 △요우커 유치 통한 관광 활성화 △자격증 진입규제 및 칸막이규제 완화 △지식서비스 강화 △분양가상한제 등 금융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자발적 실천계획으로는 △20만 '빈' 일자리부터 채우기 △국내 여름휴가 등 기업소비 진작을 내놨다.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업은 과감한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내수 회복을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의 핵심 키워드로 잡았지만 당장 내수를 살릴 수 있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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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 역시 단기 처방전보다 구조적인 해결책을 주문하고 있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민간소비가 잘 안 되는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재정 측면에서 큰 해결책을 내기는 어렵다"며 "내수 진작 차원에서 서비스 규제 완화 등 구조 개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도 "최근 정부가 7조8000억원 상당의 재정 조기 집행과 피해 업종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책을 제시했는데 이 정도면 정부로서 어느 정도 할 일을 했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 심리와 배치되지 않는 가운데 소비 심리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인철 경제학회장 역시 "세월호 참사 여파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은 재정이나 금리보다는 소비 심리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진행될 규제 완화 속도를 더 빨리하는 등 심리를 북돋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지금 소비가 부진한 것은 노후불안이나 주거불안, 가계부채 등이 주원인"이라면서 "벌이가 조금 나아졌지만 지갑을 못 여는 상황이라면 소비 심리 개선 차원에서 노후·일자리·주거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기 경제팀의 숙제가 된 내수 살리기. 경제는 심리적 요인이 크다. 체감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 완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부작용을 예방하면서 경제도 살릴 수 있는 한 수가 내수 살리기의 키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