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식 생략… 사내방송 통해 "위기극복 저력 확인"좌충우돌 취임 1년, '소신있다' vs '일 벌였다' 평가 엇갈려
  • ▲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 NewDaily DB
    ▲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 NewDaily DB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지난 19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21일은 그가 취임 1주년을 맞은 후 처음을 출근하는 날이다.

현직 행장 취임 1주년이 됐지만 국민은행은 취임식 등 특별한 기념 행사를 열지 않았다. 이 행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그의 취임 이후 여러 악재가 연달아 터지는 등 떠들썩하게 축하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라는 인식에서다. 대신 사내방송을 통해 이 행장의 영상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행사를 갈음했다.

'이건호號'의 출범 1주년에 대한 금융권의 평가는 다양하다. 최근 연이어 터진 악재에 대해서는 "이 행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 금감원에 '셀프 신고'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낙하산 논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 1주년 맞은 이건호 "위기 극복으로 저력 확인"

이건호 행장은 전 직원에게 보내는 영상메시지를 통해 취임 1주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 행장은 "지난 해부터 최근까지 동경지점 부실 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사고,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등 은행 역사상 전례가 없는 위기적 상황을 맞이했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잘 극복해 왔다"며 "아직 이 상황들이 모두 매듭지어진 것은 아니지만 극복 과정에서 국민은행이 가진 저력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성과 지상주의 관행을 타파하고 '스토리가 있는 금융' 체질화에 성공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단 한 사람도 뒤처지지 않도록 함께 하는 직원 존중 경영, 고객과 직원의 소리를 경청하는 현장중심 경영,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문화 확립이라는 취임 시 세 가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약속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면서 국민은행이 올바른 은행, 건강한 은행, 믿음직한 은행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소신 있는 행동가' vs '일 크게 만들어'… 엇갈리는 평가

이 행장의 1년을 평가하는 금융권의 목소리는 다양하다.

최근 주전산기 교체 논란 관련, 금융 당국에 조사를 요청한 이른 바 '셀프 신고'에 대해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강하다. '부부 싸움을 괜히 시어머니에게 일러바쳐 일을 크게 만들지 않았느냐'는 식의 원망이다. 

그러나 이런 이 행장의 행동을 '소신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금융 당국에 검사를 요청하면 내부통제 부실을 문제삼을 것이고, 이 경우 이 행장 스스로가 징계를 당할 수 있는데도 이를 감수한 강단 있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주전산기 논란을 제외한 사건·사고들의 경우, 이 행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들 사건·사고들은 이 행장 취임 전 발생한 해묵은 문제, 소위 '적폐'들이고 이 행장 임기 동안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인데, 중징계로 사퇴까지 이르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책임을 물을 경우, 차기 금융 CEO들은 사건·사고 발생 시 숨기는 데만 급급하게 될 것이라고 금융권에서는 입을 모은다.
 
낙하산 논란에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는 아니지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금융연구원 출신인 탓에 그는 취임 초기 '연(硏)피아'(연구원과 마피아의 합성어)라고 불리며 입방아에 올랐다. 지금도 그는 노조 등으로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듣곤 한다.

반면, 낙하산 인사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임직원과의 소통으로 상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초기의 '낙하산' 이미지를 '스토리가 있는 금융'과 '소통 경영'으로 대신하면서 어려운 조직을 이끌어 온 것이 지난 1년여의 최대 성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