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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 일대는 지하수가 많고 지반도 나쁘다. 물을 과도하게 뽑아내면 지반 침하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석촌호수 근처에서 발견된 지반침하만 20~30개. 정상 아니다. 싱크홀 발생이 하수관 파열에 의한 것이란 설명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롯데건설이 서울 석촌동 일대에서 발생한 땅이 꺼지는 현상(싱크홀)과 석촌호수 수위 저하 등의 문제에 대해 제2롯데월드 공사와 관련이 없다고 전면부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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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은 땅속 지층에 균열이 나 있는 곳을 메우고 있던 지하수가 사라지면서 남은 빈 공간이 주저앉는 현상이다. 도심에서 싱크홀이 생기는 것은 공사 과정에서 지하수를 너무 많이 끌어다 쓴다거나 과도한 지하수 유출이 발생할 경우 발생한다. 특히 너무 많은 지하수 유출이 일어나면 현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지반이 내려앉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7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홍보관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석희철 롯데건설 건축사업본부장은 "지난 5일 발생한 싱크홀은 지하철9호선 공사구간에서 발생한 것으로 우리 현장과 다소 거리가 있다. 제2롯데월드타워 공사와 연관성이 없다"며 "정확한 원인은 서울시와 송파구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지난 6월 방이동 먹자골목, 7월 방이시장, 방산초등학교 등에서 발생한 싱크홀에 대해서도 노후한 하수관 파손으로 생긴 것이라며 공사와 무관함을 강조했다.
또 롯데건설은 석촌호수 수위 저하 문제 등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터파기 공사 전부터 1m두께 콘크리트 차수벽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석촌호수는 주변에서 가장 큰 수원으로 주변 지하수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했어야 했다"며 "제2롯데월드 공사가 주변 지하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평가가 부족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석촌호수 주변 도로에 2~3㎝ 깊이로 침하된 곳이 20개 이상 발견된 점을 들며 하수관 파열이 싱크홀 발생 원인이란 발표에 대해 석연치 않음을 시사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학과 교수도 "송파 사고 지역이 지하수도 많고 지반도 나쁘다. 물을 과도하게 뽑아내면 침하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롯데건설은 지금이라도 주변환경을 고려한 공법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하철9호선공사에 의한 싱크홀 발생 의심에 대해서 시공사인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하철9호선 공사 현장 주변에서 싱크홀이 발생한 것은 맞지만 지하터널은 지상으로부터 13.8m 아래에서 공사 중이며 현장환경에 적합한 실드공법을 적용했다"고 답했다. 이어 "정확한 원인은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이 공법을 적용한 현장에서 싱크홀이 발생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실드공법은 지하 깊은 곳이나 물을 많이 포함한 연약지반에서 시공이 가능한 공법으로 소음과 진동이 적어 도시터널 시공에 많이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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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잇따른 싱크홀 발생 등에 대해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건설이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사태 해명에 나선 것은 추석 전에 '롯데월드몰'을 개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롯데월드몰은 지상 123층 규모로 공사 중인 제2롯데월드 타워의 저층부다. 당초 올 상반기 서울시로부터 임시사용허가를 받아 조기개장을 계획했으나 잇따른 안전사고 교통대책 미비 등으로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롯데건설측은 인테리어 공사까지 마무리된 저층부를 언론에 공개하며 안전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오는 18일까지 롯데그룹에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을 위한 보완조치를 완료할 것을 통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