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중소기업 살리기 공감하지만 "현실성 없어" 지적도
  • ▲ 시중은행이 창조금융 실천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연합뉴스
    ▲ 시중은행이 창조금융 실천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연합뉴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법 개정을 통한 최근 중소기업 지원 의지를 밝히면서 은행권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앞다투어 IP(지적재산권) 기반 대출에 앞장서고, 관계형 금융 강화 의지를 밝히는 등, 중소기업 및 서민에게 친화적인 금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적재산권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국내 실정에서 어떻게 담보를 설정할 것이냐는 우려, 은행원이 특정 점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이 있는데, 이 상황에서 관계형 금융을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 등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1일 '금융지원 3대 핵심테마'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확대 △지식·기술금융 지원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재기(再起) 지원 프로그램' 등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공급을 5조원 늘리고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기업, 기술력과 수출 전망이 좋은 기업, 소상공인 등에게 집중 지원키로 했다. 이들 기업에 대한 대출 금리 우대도 약속했다. 

지식·기술금융 지원을 국민은행은 변리사와 박사 등 전문 인력 10여명으로 구성되는 지식·기술 평가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이미 사업에 실패한 전직 기업인 100명 내외를 매해 선발해 창업 자금과 각종 컨설팅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앞선 지난 5일, 하나금융그룹은 5가지 창조경제 지원책을 발표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이 날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발표한 지원책은 △중소기업대출 상품 출시 △상생벤처펀드 조성을 통한 벤처기업 지원 △기술신용평가 활성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금출연 △찾아가는 문화행사로 이루어져 있다.

김 회장은 대책 발표와 함께 "창조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형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대출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잇따른 금융지원 러시는 두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IP금융’과 ‘관계형 금융’이다. 국민은행의 지식·기술금융 지원 확대, 하나금융의 기술신용평가 활성화 등은 IP금융, 즉 지적재산권 기반 대출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로 해석 가능하다. 중소기업 대출 활성화 및 지역경제 활성화 기금 출연 등은 ‘관계형 금융’을 위한 첫걸음으로 보여진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부터 이 같은 '창조금융'을 시중은행에 장려해왔지만 산업·기업은행 등 일부 극책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실제로 은행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기술금융 대상 기업들의 특허·상표·저작권 등 지적재산권에 대해 은행이 사실상 담보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다. 우리나라에선 지적재산권에 대한 거래가 아직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급 인사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강한 독려로 인해 초기에는 어느 정도 실적이 오를지 몰라도, 지속적인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영 상황에서, 리스크를 부담해가며 IP금융 규모를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의 은행원 순환배치 기준 강화 방침으로 관계형 금융 형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일부 시중은행에서 배임 등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사태가 연달아 발생한 탓에 불거지면서 금감원은 한 은행원이 같은 영업점에서 3년, 본점에선 4년 이상 근무할 수 없도록 각 은행에 지시한 바 있다. 앞서의 지점장급 인사는 "기업 담당 직원이 3년마다 바뀌게 된 탓에 있는 관계도 끊어질 판인데 관계형 금융을 하라는 것은 현실을 너무나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했다.

회의적인 목소리는 제2금융권에서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제2금융권 관계자는 "엄밀히 따지면 관계형 금융 지원은 특정 지역만을 영업권으로 하는 제2금융권에게 적합한 영업 방식"이라며 "시중은행과 2금융권의 영업권역이 중복돼 금융생태계가 파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