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대 고금리 내세워 소비자 이목 끌기도'불완전판매' 피해 예방하려면 꼼꼼히 따져야
  • ▲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금리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판매를 서두르고 있다. ⓒ 연합뉴스
    ▲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금리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판매를 서두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준금리가 15개월만에 인하하면서, 시중은행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곧 시중은행 금리의 인하로 이어지고, 은행금리가 내려갈 경우 예·적금 상품 판매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해당 상품을 '팔아치우기' 위한 것이다.

저금리 때문에 망설이는 소비자들에게 시중은행들은 '고금리 상품'을 내세우며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판매전이 자칫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어 소비자의 주의가 요망된다.

◇ "더 늦기 전에"… 시중은행, 예·적금 판매 '혈안'

A 시중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박 모(35) 대리는 매일 저녁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예·적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박 대리는 "계속되는 저금리 탓에 예·적금 고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낮춰진 기준금리에 맞춰 새로 금리가 책정되면 영업이 더욱 어려워 질 것 같아서 고객 유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기준금리의 변동이 은행금리에 반영되기까지는 약 1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소요된다. 늦어도 다음 주면 금리는 더 내려가는 셈이다.

지방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 지방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윤 모(32) 대리는 "고객이 정기적금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해오긴 하지만, 금리에 만족하지 못해 결국 펀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고금리’를 내세운 상품을 앞세워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 "'고금리'에 혹했다간 '훅' 갑니다!"

일부 상품들은 5~6%에 달하는 금리로 소비자의 발걸음을 잡아끌고 있다. 우리은행 '우리함께 행복나눔 적금'(연 최대 6.0%), 하나은행 '난 할 수 있어 정기적금'(연 최대 5.5%)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우리함께 행복나눔 적금'은 12개월 만기의 경우 금리의 1%가 자동으로 기부돼 실제 이율은 연 최대 5.0%다. 그나마도 받기 위해서는 우리카드 이용실적이 필요하다. 매월 10만원을 적립할 경우, 요구 실적은 250만원 이상이다.

하나은행 '난 할 수 있어 정기적금' 역시 헌혈·봉사활동 등을 요구한다. 해당 활동을 완수했다고 모두 5.5%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하나SK카드 실적·주택청약통장 가입·핸드폰 요금 자동이체 등이 필요하다. 이 상품의 기본 금리는 연 3.0%다.

이 밖에 연 최대 4%대 금리를 광고하는 타 은행의 상품들도 까다로운 여러 조건들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탓에 소비자들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며 이들 상품을 비난하고 있다. 정기적금 상품 가입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는 한 50대 여성 소비자는 "중고차 시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허위 매물'과 다를 바 없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중은행이 예·적금 상품 판매에 혈안이 돼 있는 가운데, 불완전 판매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럴 때일수록 '고금리'라는 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우대금리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