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 성장에 정부 "대비책 필요한 상태"
  • ▲ 영남지역 항공수요 조사 연구 최종보고회.ⓒ연합뉴스
    ▲ 영남지역 항공수요 조사 연구 최종보고회.ⓒ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부활한 영남권 신공항 건설 추진이 저비용항공사(LCC)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5부 능선을 넘었다.


    정부의 영남지역 항공 수요조사 결과 김해공항에 2023년부터 활주로 혼잡이 시작되는 등 2030년에는 현재보다 수요가 2배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국토교통부는 대비책이 필요하다며 사전타당성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다. 신공항의 경제성 등을 검증하겠다는 태도지만, 신공항 입지와 규모를 포함한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질 계획이어서 사실상 공항 건설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김해공항 2023년부터 활주로 혼잡 예상…신공항 건립 타당성 검토 착수


    국토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영남지역 항공 수요조사 연구'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김해공항을 비롯해 5개 공항의 장래 항공수요 예측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영남지역 항공수요는 2030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김해공항은 2015년 1093만명, 2020년 1487만명, 2025년 1816만명, 2030년 2162만명으로 연평균 4.7% 증가가 예상됐다. 2030년에 지금보다 2배쯤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2030년까지 대구공항은 연평균 5.4%, 울산·포항·사천공항은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선 이용 수요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게 이번 용역에서 국제선 수요예측을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ADP)의 분석이다.

     

    ADP는 영남지역 전체의 국제선 수요를 2015년 1336만명에서 2020년 1761만명, 2030년 2287만명, 2040년 2498만명으로 내다봤다.


    다만 2030년을 변곡점으로 해서 공항별 수요 예측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김해·대구공항은 2040년까지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울산·포항·사천공항은 2030년 103만명에서 2035년 102만명, 2040년 97만명으로 이용객이 줄 것으로 추정됐다.


    활주로 용량은 이용객이 많은 김해공항에 2023년 무렵부터 혼잡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명박 정부 때(2011년)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진행됐던 타당성 조사에서는 2027년께 혼잡이 예상됐었다. 4년여가 지나는 사이 활주로 혼잡 시점이 4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대구공항 등 나머지 4개 공항은 활주로 용량이 수요에 비해 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년간 영남지역 공항은 LCC 급성장으로 말미암아 높은 성장률을 보여왔다.


    김해공항은 2009년 이용객이 687만명에서 지난해 967만명으로 연평균 8.9% 성장했다.


    대구공항도 올해부터 LCC가 취항하면서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 이용객이 늘었다.


    국제선 이용률도 증가해 김해공항의 경우 국제선 운항은 2009년 24개 노선 주 424편에서 지난해 30개 노선 주 732편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LCC 비중은 2009년 6%에서 지난해 37%로 급증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한국교통연구원과 ADP가 각각 국내선과 국제선으로 나눠 1년간 진행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역기관이 만든 수요예측모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을 통해 검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비책 필요, 입지·규모 등 검증"…관건은 지자체 합의


    이번 영남지역 항공 수요조사 결과로 영남권 신공항 건설 추진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요조사 결과 장래 항공수요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상태"라며 "신공항 입지와 규모, 경제성 등에 대한 검증을 위해 영남지역 5개 지방자치단체 합의로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예산은 올해 이미 20억원이 반영된 상태다.


    부산시, 대구시, 경북도 등은 신공항 건설 타당성과 필요성이 입증됐다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경북은 신공항 유치를 위해 전담기구(부서)를 신설하겠다고 밝혀 벌써 신공항 유치를 놓고 과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이명박 정부 때 백지화됐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걸면서 부활했다. 이명박 정부 때 신공항 입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지역은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였다. 밀양은 대구, 경남·북에서 1시간 이내 접근 할 수 있다는 점, 가덕도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각각 장점으로 꼽힌다.


    국토부는 신공항 입지를 이 2곳에 한정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입지 타당성을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 입지와 관련) 지자체들과 협의하는 단계여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정부는) 양자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이번에는 신공항 입지를 '찾아 (결론내)보자'는 태도인 가운데 타당성 조사는 영남지역 지자체들의 평가방식에 대한 합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공항 입지를 놓고 부산, 대구 등의 견해차가 여전한 가운데 평가항목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느 항목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공항 입지와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영남지역 5개 시·도가 합의하면 다음 달에라도 당장 사전 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용역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며, 견해차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용역절차와 방법에 관해 조율자로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