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된 건물 재건축, 경제·환경 모두 손해"오락가락 정부 정책 혼란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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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발표한 9.1부동산대책이 리모델링시장에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가 리모델링시장을 살리겠다며 수직증축 빗장을 풀어준 지 5개월 만에 재건축 연한과 안전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리모델링시장은 수직증축 허용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사업성 문제로 지지부진하던 1기 신도시 노후 아파트들은 수직증축 통한 리모델링을 고려하기 시작했고, 몇몇 건설사들은 리모델링 팀을 별도로 조직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3일 국토부에 따르면 수직증축 리모델링 수혜가 예상되는 준공 15년이 지난 아파트는 전국 559만1016가구(아파트 442만9780가구, 다세대 75만5511가구, 연립주택 40만5725가구)다. 이 중 수도권에서 277만2133가구가 몰려 있다.


    실제로 성남시는 리모델링 수직증축 시범단지를 선정하고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야탑동 매화마을 1단지와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2곳이 선정됐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대신 사업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또 준공 15년으로 허용시기가 짧다는 점도 리모델링의 강점이다. 하지만 재건축 연한이 앞당겨지면서 리모델링이 불리해졌다.


    1991년 준공된 아파트라면 2021년이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졌다. 리모델링을 선택해도 4~5년은 걸려 마무리 시점에선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다. 차라리 수익성이 보장되는 재건축을 선택하자는 주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 요건인 주민동의율 80%를 받기가 쉽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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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훈풍이 불기 시작한 리모델링시장은 지난 1일 찬물을 뒤집어 썼다.


    정부가 재건축 시기를 10년 단축하고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등 재건축 사업 추진 문턱을 크게 낮춰 준 것이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최장 40년을 적용받았던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단축할 경우 전국 1987년~1991년 준공된 61만4037가구가 수혜를 받게 된다.  서울시를 기준으로 1987~1990년 준공된 아파트는 2~8년 단축되며, 1991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들은 10년 단축된다.


    이 같은 대책 발표에 당장 수혜 지역 아파트는 호가부터 올랐다. 부동산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9.1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 2일에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매도호가가 2000만원 껑충 뛰었다. 투자수요가 몰릴 것으로 기대된 집주인들이 서둘러 호가를 올린 것이다.


    대치동 삼성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도자 대부분이 지금은 매도시기가 아니라 생각해 추석이 지나면 추가로 2000만~3000만원 호가를 올릴 것 같다"고 전했다.


    여기에 아파트의 구조 안전성을 중심으로 평가했던 재건축 승인도 앞으로는 주차장이나 배관, 층간소음 등 주거환경을 주로 판단한다. 재건축 연한을 넘겼고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면 구조에 큰 문제가 없어도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까다로웠던 재건축 기준이 크게 완화되자 리모델링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멀쩡한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경제적, 환경적 측면에서 큰 손실이란 것이다. 여기에 수직증축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서 고민하던 주민들만 혼란 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리모델링을 살린다고 하더니 다시 죽이려고 한다"며 "30년밖에 안 된 건물을 부수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생각도 못 할 일로 단순히 경제논리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도 "이번 대책을 보면 정부가 구조 안전 기준을 무시한 채 재건축 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에만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며 "리모델링을 통해 노후 건물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가면서 장수명 아파트로 만들어 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 이번 대책은 그야말로 리모델링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