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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6일, 서울 강북의 A카센터. 추석이 코앞이지만 5명의 직원들은 한산하다. 비교적 규모가 크지만 간혹 엔진오일 교체나 타이어 공기압 체크 차량 방문이 고작이다. 대표적인 서민 밀집 지역인 강북 지역의 추석경기는 싸늘했다. 카센터 이모(42) 사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지역 업계의 타격이 계속되고 있다. 장사가 너무 안된다"며 긴 한숨이 깊다.
#2 추석 직전 강남의 한 대형마트. 매장을 찾는 손님이 평소와 다르지 않다. 명절을 감안하면 작년에 비해서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타 지역의 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 동대문과 남대문 전통시장의 매출 역시 회복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추석특수가 실종된 유통업계 전반에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이슈가 민생안정은 물론 산업·경제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심리가 바닥"이라고 진단하고 "기업들의 투자까지 위축되면서 경제적 타격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가라앉는 기업경기 "저성장 우려"
출범 1년3개월에 불과했던 현 정권의 리더십에 결정적 타격을 가했던 세월호 참사는 추석까지 관통하며 우리 경제·산업계까지 장기 침체로 몰고 있다.
실제 각 종 경기지표는 '빨간불'이다. 2·4분기 경제 둔화는 저성장 장기화 우려까지 낳고 있다. 1분기 가구소득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0%로 지난해 평균(2.1%)을 뛰어넘으며 경기 회복세를 반영했다. 하지만 2분기 소득증가율은 2.8%로 반토막 났고 취업자 수와 가계지출 증가율 모두 감소했다.
세월호 사고로 경제심리가 타격을 받으면서 지출과 소득이 따라 줄어드는 악순환 고리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해당 기간(4~6월) 실질 GDP성장률(잠정치)은 전기 대비 0.5%(전년동기비 3.5%) 로 7분기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명목 GDP성장률 하락 등 디플레이션 징후가 보다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산업계 전반의 위기감이다. 이같은 상황은 수출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전분기에 비해 1.7% 정도 미미한 증가세를 보였고, 설비(-1.9 → 1.1%)와 건설(5.1 → 0.4%) 투자도 정체돼 있다. -
향후 수출 경기의 경우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 하락 영향으로 증가세가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 조선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활성화 잣대인 내수 경기 전망은 더욱 심각하다. 기저효과가 반영된 상반기(3.7%)와 비슷하거나 소폭 낮은 성장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투자까지 위축되면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해 연간 3.6% 성장에 그칠 것 이란 게 정부 연구기관들의 전망이다.
◇재계 "세월호 극복해야…내수살리기 집중"
국내 경제 타격을 회복하기 위한 당장 가시적인 효과는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들 역시 적극적인 내수 투자를 독려하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세월호 사고 수습의 난맥이 저성장을 더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내수·수출 기업 가리지 않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경제 활성화 의지는 적극적이다"라고 전했다.
대한상의 회원사들의 경우 20만개의 '빈'일자리 매칭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청년 취업희망자를 채용해 이론 및 실무교육을 병행하는 한편 전국 8개 상의 인력개발원, 청장년인턴제, 채용박람회 등을 통해 연간 1만명까지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으로 내수진작을 위한 구매형태도 개선·강화, 협력업체에 어음대신 현금으로 결제토록 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추석 기간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납품대금 1조1500억원을 앞당겨 추석 전에 지급했다.
특히 재계는 올해 계획됐던 133조원(600대 기업)의 투자계획을 차질없이 집행하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일상적 경영활동이 민생경제 활성화와 문화․관광 분야의 수요촉진으로 연결될 수 있는 방안도 추진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세월호 난맥이 경제심리와 흐름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경제 방향타를 지금 틀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똑같이 밟을 수 있다. 저성장 탈출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
◇ "정부 규제개혁, 극약처방 절실"
경제 난맥에 봉착한 현 상황과 관련, 재계는 규제개혁과 경제혁신을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제 체질강화와 경기회복 모멘텀을 위해 (정부의) 창조경제, 규제개혁,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서비스산업 활성화 등 4대 핵심 경제정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체감할 수 있는 경기회복 대책이 우선"이라며 "기업들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재계는 특히 창업과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개혁에도 더욱 적극적인 정부 경제팀의 의지 확인을 당부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단 없는 규제개혁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서비스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고 새로운 수출 동력 창출도 중요한 과제"라고 전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질 경우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382조 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1조5000억 원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업도 과감한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