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진 분위기 다잡고 노조 협상 테이블로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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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노사갈등이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 7월부터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추진하면서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직원 898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징계 심의 절차에 돌입한다. 이번 징계는 은행권 사상 최대 규모다.이번 대규모 징계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노동조합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징계 사유는 은행 인사규정과 취업규칙에 근거한 업무지시 거부, 업무 방해, 근무지 무단 이탈 등이다.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3일 임시 조합원 총회 개최를 계획했으나 경영진과의 갈등 끝에 무산된 바 있다. 이 자리에 참석했거나 참석을 위해 자리를 비운 조합원들을 징계하겠다는 것.단일 사안으로 900여 명에 육박하는 직원명이 한꺼번에 인사위에 넘겨져 징계를 받는 사례, 닷새에 걸친 인사위 개최 등은 모두 이례적인 일이다.다른 은행에서 단일 사안으로 대규모 징계가 이뤄진 경우는 국민은행이 지난 2012년 대출서류 임의조작으로 65명, 우리은행이 2009년 파생상품 투자손실 책임을 물어 21명의 임직원을 징계한 것 정도가 전부다.외환은행은 이번 대규모 징계를 통해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 쇄신, 노조를 협상 테이블로 유도 등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조기통합 관련 노사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당근'보다는 '채찍'이 필요한 때가 됐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외환은행 관계자는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를 위해 이사회도 연기하고, 김한조 행장과 추진호 부행장이 여러 차례 노조를 방문하는 등 대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노조 측은 계속 협상도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조는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노조 집행부는 그러나 조합원 총회가 합법적 조합 활동이고, 사측이 협박과 물리적인 방해로 총회를 무산시켰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김근용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은 대화를 원하면 징계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며 "대규모 징계는 노조 파괴 공작으로 규정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노조는 오는 15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 징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