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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한국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대대적 경기부양책에 나서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춰봐도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그대로다. 그저 팍팍할 뿐이다.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나서줘야 한다. 기업의 투자가 늘수록 시장에 많은 돈이 풀리게 되고, 가계 소득 및 소비도 증가한다. 자연스럽게 고용창출로도 이어지며 경제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그릴 수 있게된다.
그러려면 기업인들의 사기를 북돋아줘야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업인들의 어깨를 주물러 주기는 커녕 숨통만 조여대는 현실이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 3만 달러를 넘어서기 위해선 그 어느때 보다 기업인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이 절실하다. -
◇'단통법' 밀어붙일 땐 언제고, 이제와서 '호통'에 '개정안'까지
기업인들의 사기를 꺾는 사례 중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빼놓을 수 없다.
취지는 좋았다.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누구나 같은 가격에 단말기를 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제조사와 유통사가 최신 기기에 높은 요금제를 택한 고객에게만 보조금을 많이 지급해, 과소비를 유도하는 상황을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단통법이 시행되자 고객간의 차별은 줄어들었다지만, 보조금 자체가 크게 줄어 오히려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비싼 가격에 휴대폰을 구입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폭주했고,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구매하는 인구도 크게 줄었다. 이통사 대리점들도 울상이다. 한 대리점의 경우 단통법 시행 후 4일 만에 겨우 1대를 팔았다고 한다. 누굴 위한 단통법이냐며 국회의원들만 뻘쭘한 상황에 놓였다.
단통법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자, 시행 1주일 만에 방송통신위원장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이통사와 제조사 사장들을 집합시켰다. 요지는 당신들이 단말기 가격과 통신비를 더 낮추면 해결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이통사의 경우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보조금 경쟁 약화로 경영실적이 호전된 면이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단통법을 반대해온 제조사들은 가만히 있다가 뺨만 얻어 맞은 꼴이다.
처음부터 하지 말자고 했는데, 자기들 마음대로 밀어붙이더니 이제와서 "너 때문에 망했잖아"라고 방귀낀놈이 성내는 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기업에게 투자 늘려라, 고용 늘려라 윽박만 질러대는 것도 우스운 상황이다. -
◇기업들 사정은 들어보지도 않고…"일단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해"
단통법 말고도 기업가들이 의욕을 잃는 일들을 수두룩 하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온실가스(탄소) 배출권 거래제'도 그 중 하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23개 경제단체는 이 제도로 인해 국내 산업경쟁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음을 경고 하고 있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 1차 계획기간(2015년~2017년) 동안 국내 기업들은 최소 5조9000억원에서 최대 28조원 규모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도도 취지는 좋다. 온실가스로 인한 이상 기후변화에 우리나라도 적극대응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산화탄소 배출 상위국인 중국(28.6%), 미국(15.1%), 일본(3.8%)은 아직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전 세계가 협력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한데, 불과 1.8%에 불과한 우리나라만이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석유·화학업계나 철강업계 등 전 산업계는 자구적 노력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만큼 줄였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출권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낀 기업들은 국내 설비 가동률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거나, 혹은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우스운 사실은 환경부는 그동안 산업계와 전문가로 구성된 상설협의체를 운영해 배출권 할당계획 마련과정에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도록 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업종별 할당과 관련해서는 상설협의체에서 전혀 논의된 바가 없어, 기업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산업계는 규제를 강화해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기 보다는, 정부차원에서 친환경 기술개발을 위한 더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이 기업인들의 사기를 고취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