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총리상 수상후 박홍석 모뉴엘 대표ⓒ모뉴엘 홈페이지 캡처
    ▲ 총리상 수상후 박홍석 모뉴엘 대표ⓒ모뉴엘 홈페이지 캡처

     

    모뉴엘에 농락당한 건 금융기관 뿐만이 아니었다. 외교부와 미래부, 산업부, 관세청, 무역투자공사, 수출입은행, 국방연구소 등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이 줄줄이 모뉴엘의 허위서류와 박홍석 대표의 사기극에 놀아났다.

     

    외교부는 지난해 7월 박홍석 모뉴엘 대표를 마셜제도 주한 명예영사로 임명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물론 마셜제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아그레망 절차를 이행한 것이지만 마셜제도가 조세회피처나 자금세탁처로 널리 알져진데다 박 대표가 이곳에 계좌를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지자 낭패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시 임명장 수여식에는 최종현 외교부 의전장을 포함해 케조 비엔 주한대사 등이 참석했다. 박 대표는 PC 기증 등으로 마셜제도 정부의 환심을 산 뒤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모뉴엘 직원들은 "외부 인터뷰도 잘 안하던 박 대표가 명예영사로 임명됐다는 소식에 회사 안에서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박 대표가 주한 마셜제도 명예영사를 맡은 것도 이 계좌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 ▲ 지난해 7월 마셜제도 명예영사로 임명된 모뉴엘 박홍석 대표ⓒ제공=외교부
    ▲ 지난해 7월 마셜제도 명예영사로 임명된 모뉴엘 박홍석 대표ⓒ제공=외교부

     

    모뉴엘 경리팀 관계자는 최근 관계당국 조사에서 박대표가 해외에서 다수의 페이퍼컴퍼니와 계좌를 운영해 온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대출자금 중 일부가 해외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금융위 종합국감에서 여야의원들은 박홍석 대표가 마셜 제도에 계좌를 갖고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공식 요청했다.  긴급 검사에 돌입한 금감원이 모뉴엘의 해외 계좌에 대한 조사에서 얼마나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IT 이노베이션 대상' 에서 모뉴엘社에 장관 표창을 안겨준 사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해 매년 개최하는 IT 이노베이션 대상은 IT융합 및 활용을 통한 경제발전에 기여한 우수기업·기관을 포상하고 우수사례를 확산하자는 행사다.

     

    당시 모뉴엘은 태블릿 모니터(TM-1511 HY)를 통해 단체표창 중 공급부문(전자문서)을 수상했다. 기술력을 인정했다는게 미래부의 설명이지만 모뉴엘이 장관표창 등을 활용해 회사 포장하기 수단으로 활용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모뉴엘은 앞서 IT/전자의 날에 국무총리 포상 등을 받기도 했다.

     

  • ▲ 모뉴엘 관계자 수상 모습ⓒ모뉴엘 블로그 캡처
    ▲ 모뉴엘 관계자 수상 모습ⓒ모뉴엘 블로그 캡처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당사자격인 무역투자공사와 수출입은행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고 상급부서인 산업부 처지는 더욱 딱하다. 모뉴엘은 2012년 수출입은행의 중견수출기업 육성제도인 '히든 챔피언'으로 선정되면서 금리와 한도에서 특별우대를 받았다. 무역보험공사는 3000억원대의 보증을 섰고 시증은행은 이 보증만 믿고 6000억원을 대출해줬다.

     

    2009년부터 3년 연속 모뉴엘에게 '수출의 탑'을 안긴 산업통상자원부의 처지는 더욱 딱하다. 무역투자금융 전반에 관한 재점검 요구가 거세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과제인 '한국형 히든챔피언' 제도도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 ▲ 모뉴엘 관계자 수상 모습ⓒ모뉴엘 블로그 캡처

     

    모뉴엘 사태이후 지난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는 히든챙피언제도에 대한 새로운 육성정책이 발표됐지만 사후 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히든챔피언으로 지정된 기업 중 적지않은 수가 지나치게 포장됐다는 의혹마저 일자 산업부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세정당국간의 엇박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세청은 2년전인 지난 2012년 종합세무감사를 통해 모뉴엘의 가공매출을 적발했지만 관세청 등과의 정보교류는 하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기관간의 공조가 원활했다면 모뉴엘 사기행각이 좀 더 일찍 발각될 수 있는 터였다.

     

    주거래은행이던 우리은행이 대출금 회수에 나선 것도 이무렵으로 당시 박홍석 대표의 황당발언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박 대표는 여신 심사에서 수출실적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받자 "미주와 유럽 등에서 반응이 좋아 꾸준히 수출이 늘고 있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해 대출에 대한 연장을 거절당했다.

     

  • ▲ 초라한 모뉴엘 로봇청소기 공장ⓒ모뉴엘 블로그 캡처
    ▲ 초라한 모뉴엘 로봇청소기 공장ⓒ모뉴엘 블로그 캡처

     

    2012년 7월 국방과학연구소가 모뉴엘과 10억원대의 듀얼 PC 500대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도 뒤늦게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당시 모뉴얼 관계자는 "내외부망을 모두 별도로 사용하는 듀얼모니터로 외부 인터넷은 자유롭게 사용하면서도 악성코드는 물론, 바이러스와 해킹 등 외부 공격으로부터 기관 내부망 정보를 보호 해준다"며 "모뉴엘 기술력은 최고 수준을 요구 받는 행망보안 시장에서도 통하는 첨단 제품"이라고 자랑했었다.

     

    모뉴엘의 듀얼 PC는 육군본부, 공군본부 기무사령부, 한미연합사, 금융정보분석원, 통일부, 농림부 등에도 납품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모뉴엘 제품은 대부분 중국과 동남아 등지서 생산되는 OEM이나 ODM 방식의 중저가 제품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희대의 사기행각에 농락당한 대한민국 정부와 유수의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