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2500억 금융지원 특별 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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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KBS TV 캡쳐.

     

    허위 서류로 시중 10개 은행에서 3조2000억원을 대출받은 벤처기업 '모뉴엘'의 사기극에 금융권이 큰 충격에 빠졌다.

    은행권은 또 다시 부실대출 논란에 휩싸이게 됐고, 무역보험공사는 모뉴엘의 사기 행각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허술한 재무조사로 모뉴엘에 2500억원 가량을 금융지원 한 수출입은행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안일한 대출 관행과 수출금융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점을 확인해줬다는 평가다.

    1일 관세청과 금융권에 따르면 박홍성 모뉴엘 대표는 지난 2009년부터 6년여 동안 3조2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위장수출을 해왔다.

    수출 규모를 부풀리기 위해 홍콩 현지 공장에 속이 텅 비어있는 폐 컴퓨터를 갖다 놓고 8000원~2만원 정도인 홈씨어터 PC 케이스(가정용 영상 음향 재생장치: HTPC) 제품을 120배까지 부풀려 무려 250만원짜리로 둔갑시켰다.

    이 같은 수법으로 수출 실적을 조작한 뒤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외환은행, 국민은행, 농협 등 시중은행으로부터 3조2000억원의 대출을 받고 이를 해외로 빼돌려 도박, 호화별장 구입, 로비자금 등에 사용해 왔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모뉴엘이 돌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금융감독원이 부실 대출 정황을 포착하고 긴급 검사에 나선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 무보는 평가없이 보증서 발급, 은행은 보증서만 믿고 부실대출

    무역보험공사는 제대로 평가 없이 보증서를 발급해줬고, 금융기관들은 이 보증서만 믿고 돈을 내줬다.

    실제 물품이 제대로 오고 갔는지 확인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서류'만 믿은 것이다. 은행권의 부실대출은 한심한 수준이었다.

    모뉴엘의 사기극에 은행권은 6700억원의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기업은행이 1500여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은행 1200여억원, 수출입은행 1100여억원, 외환은행 1098억원, 국민은행 760억원, 농협 753억원, 기타 26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중 담보여신은 3860억원이며, 담보없는 신용대출도 2908원이나 된다.

    은행들은 직접 홍콩 공장까지 실사를 했다고 밝혔지만, 곳곳에서 허술함이 드러나고 있다. 모뉴엘이 위장수출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2009년은 이미 HTPC가 시중에서 자취를 감추던 시점이었다.

    3255억원의 보증을 선 무역보험공사의 경우 내부직원이 사기대출에 가담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009년 1월부터 1년간 모뉴엘 담당 팀장으로 근무했던 A 부장은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무역보험공사 측은 퇴사한 실무자와 모뉴엘 간 유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 수출입은행 '히든챔피언' 제도 뭇매

    특히 수출입은행의 허술한 재무조사와 히든챔피언 선정 과정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모뉴엘에 2500억원 가량의 금융을 지원했으며, 지난 2012년 모뉴엘을 '히든챔피언' 인증 기업으로 선정하며 특별 우대 해줬다.

    히든챔피언 인증제도는 수출입은행이 만든 중견 수출기업 육성제도다. 여기에 선정될 경우 금리와 한도에서 특별 우대를 받게 된다. 수출입은행은 모뉴엘에 총 2472억원의 금융을 지원했고, 현재 남은 여신 잔액은 713억원으로 추정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수출입은행은 318개 업체를 선정했다가 27개 업체 취소됐는데 모뉴엘은 취소가 안됐다"며 "내부 통제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대출심사 담당부서와 수사기관이 함께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사 결과를 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도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저희도 당황하고 있다"며 "모든 실적이 좋았는데 어떤 조짐도 없이 갑자기 증상이 생기면서 저희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