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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고양시에 전셋집을 마련한 직장인 최모씨(37)는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10년간 머물던 서울을 떠나게 됐다. 급등한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최씨는 "M버스가 있어서 생각보다 출퇴근 시간이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전세보증금 때문에 경기도로 밀려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전했다.
#오는 12월 부천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예정인 강모씨(42)는 서울 마포에서 살던 전셋집 재계약 시점에 맞춰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했다. 과도하게 오른 전세 보증금을 맞추기 위해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느니 차라리 대출 무이자 혜택이 있는 아파트를 사기로 한 것이다. 강씨는 "출퇴근 시간이 30분만 정도 늘어나지만, 2년마다 돌아오는 전세금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어서 잘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 들어 서울 전세난민의 경기권 이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전셋값을 맞추지 못한 이들의 비자발적 이사가 지속된 영향이다. 특히 서울보다 집값이 저렴한 경기권으로 전세난민들이 밀려나면서 서울 출퇴근이 용이한 경기권 지역들의 전셋값도 덩달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시군구별 인구이동자수 조사 결과 서울은 분기마다 1만명 이상의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반대로 경기도는 1만명 이상 늘고 있다.
분기별로 보면 올 1분기 서울에서는 1만3247명이 순유출했다. 반면 인천과 경기는 각각 3534명, 1만6189명이 늘었다. 2분기도 2만4438명이 서울을 빠져나갔지만 인천과 경기는 각각 2567명, 1만7230명이 유입됐다. 3분기 역시 서울은 1만9308명이 유출됐지만 인천과 경기는 각각 996명, 1만5905명이 증가했다.
또 3분기까지 서울을 빠져나간 총인구는 5만699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중구 총인구의 44%에 가까운 수치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서울을 빠져나간 인구의 상당수가 인천과 경기도로 이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 이동의 주요인이 직장과 주택인데 서울에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택문제를 안고 있다면 수도권을 벗어나기 힘들어서다.
이처럼 전세난민들이 경기 하남, 용인, 광명, 수원 등에 몰리면서 경기권 전셋값 역시 치솟고 있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 10월 경기권에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이 평균 70%를 넘는 곳이 늘고 있다. 인기를 끌고 있는 화성 동탄신도시의 경우 80%를 넘어 90%에 육박하고 있다.
전세자금 신규취급액도 8월까지 월평균 1조3000억원으로 2011년 7500억원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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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올 4분기에도 전세난민의 인구 이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세물량의 주공급원인 신규 입주 아파트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서다.
올 4분기 서울 입주 예정 아파트는 전년보다 63% 줄어든 3566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수도권 역시 43% 감소한 2만756가구가 입주에 나설 예정이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최근 기준금리 추가인하로 집주인의 월세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데다 입주물량 감소와 2015년 강남3구 재건축 이주러시까지 겹쳐 전셋값 상승세는 최소한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