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코시 등 9개사 총 57회 짬짜미… 인상시기-인상률 사전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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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공=공정위

     

    일본과 독일의 베어링 제조업체들이 짬짜미를 통해 무려 14년간 한국시장을 농락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철강값이 내리고 환율이 달라져도 요지부동이었던 베어링값의 비밀은 국제적인 카르텔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지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14년간 국내외 시장에서 담합을 벌인 일본과 독일계 베어링 업체 9곳에 77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업체 모두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담합 가담업체는 NSK, 제이텍트, 후지코시, 셰플러코리아, 한국엔에스케이, 제이텍트코리아, 한화, 미네베아, 한국엔엠비 등 9개 회사로 공정위가 기업국적과 상관없이 외국계 본사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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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에 따르면 NSK, JTEKT, 미네베아, 후지코시 등 일본 업체와 독일계 셰플러는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해 '아시아연구회'라는 국제카르텔 협의체까지 만든 뒤 해마다 가격 인상시기와 인상률 등을 사전에 모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해마다 3-4차례씩 모두 57회에 걸쳐 회합을 가진 뒤 가격을 올려왔다.

     

    이 기간 현대차 삼성전자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80-100% 가량 인상된 베어링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4000여종에 달하는 산업용기계 베어링이 모두가 이들 회사의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베어링 제조업체들은 외환위기 당시 모두 셰플러와 NSK 등 외국계 회사에 팔린 상태다.

     

    이들은 또 같은 방법으로 제강․제철소의 설비에 사용되는 중․대형 베어링 부품에서도 짬짜미를 벌였다. 상호 경쟁관계였던 NSK와 셰플러는 한국시장을 5대5로 나눠먹기로 합의한 뒤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업체에 판매했다.

     

  • ▲ 담합을 논의한 아시아연구회 자료ⓒ제공=공정위
    ▲ 담합을 논의한 아시아연구회 자료ⓒ제공=공정위

     

    NSK와 미네베아는 전기․전자 제품 등에 사용하는 내경 3cm 이하 베어링 시장도 독점구조를 이용해 멋대로 주물렀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영업책임자들끼리 삼성, LG, 대우 등 국내 글로벌 전자회사에 납품하는 소형 베어링 가격을 고정하기로 합의한 뒤 번번히 강재가 인상, 환율 변동을 이유로 가격을 올려왔다. 철강설비용과 소형 직납용 베어링 담합을 제재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 사례다.


    베어링값의 담합은 결국 제품가 인상으로 연결돼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 소비자들이 짊어져야 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역대 최장기간의 법위반 사건으로 조사기간만도 2년이 넘게 걸렸다며 역외에서의 담합과 이와 연계된 국내에서의 세부 담합까지 모두 적발해 낸 첫 케이스라고 밝혔다.

     

    또 이번 제재로 베어링 시장에서의 경쟁이 활성화돼 베어링 가격과 이를 부품으로 하는 최종재 가격인하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시장을 타깃으로 한 외국 사업자들의 담합행위에 대한 억제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 ▲ 담합을 논의한 아시아연구회 자료ⓒ제공=공정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