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준비한 이임사"… 사퇴 압박 내비쳐'11월 교체설'·'청와대 개입설'에 "그건 아니다"
  • ▲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이임식을 마지막으로 금융감독원을 떠났다. ⓒ 이종현 사진기자
    ▲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이임식을 마지막으로 금융감독원을 떠났다. ⓒ 이종현 사진기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이임식을 마지막으로 금융감독 수장의 자리에서 떠났다. 최 원장 후임으로는 진웅섭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임명제청됐다.

최수현 원장은 이 날 오후 5시 금융감독원 2층 대강당 열린 이임사를 통해 "다시는 후진적인 금융사고가 없어야 한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최 원장은 "사실 오늘 말씀드리는 이임사는 오래 전에 써놓았던 것을 일부 수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임 기간동안 여러 금융사고가 발생한 탓에 예전부터 사퇴압박을 받아왔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도연명의 詩 가운데 '응진편수진(應盡便須盡)'이라는 구절을 인용해 "여러 의미로 풀이되고 있지만 저는 '물러날 때는 깨끗하게 처신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한국 금융산업과 금융시장은 자의든 타의든 금융감독의 존재를 크게 부각시켰다"며 "금융업계에 만연했던 적당히 하는 관행을 바로 잡고 법과 원칙에 의한 금융질서를 확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감독당국에 대한 따가운 눈총,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 등 파열음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파열음, 즉 요란한 소리가 난다는 것은 시장이 살아있고 제도가 움직인다는 의미"라며 "이는 우리가 발전을 이루기 위한 필연의 시간이고, 규제·검사·제재를 책임지는 감독당국이 참고 견뎌내야만 하는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믿는다"면서 그간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금융감독원을 떠나면 저는 잊혀지겠지만 금융질서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저의 꿈과 열정은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마지막 소회를 전했다.

  • ▲ 최수현 금감원장은 "금융질서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저의 꿈과 열정이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 이종현 사진기자
    ▲ 최수현 금감원장은 "금융질서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저의 꿈과 열정이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 이종현 사진기자

  • 최 원장은 이임식 직전 기자실을 방문해 출입기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임식이 끝난 직후에는 빠른 걸음으로 금감원 청사를 떠났다. 

    최수현 원장의 후임자로는 진웅섭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임명제청됐다.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금융위원회는 이 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진 사장을 차기 금감원장으로 의결했으며,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제청도 이루어졌다. 금융권에서는 대통령이 19일 진 사장을 차기 원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서는 '그의 사의표명에 외부 압력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함 금감원 관계자는 "예전부터 최 원장에 대한 '11월 교체설'이 돌고 있었다"며 "뜬소문으로 치부했는데 정말로 11월에 금감원장이 교체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갑자기 현 금감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는데, 후임자 선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이 같은 추측에 동조했다.

    최 원장은 이같은 소문을 부인했다.

    떠나기 직전 최 원장은 갑자기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 청와대 등 외부 압력이 있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에이, 그건 (아니다)…"이라고 답했다.

    최 원장은 금감원을 나서기 직전, 취재진에게 "금융소비자보호에 힘썼고, 그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