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건조 세계 최고 경쟁력, 거제 옥포조선소를 가다
  • ▲ 옥포조선소 AP-2안벽에서 건조되고 있는 15만9800CMB급 LNG선 마린가스 린도스.ⓒ대우조선해양
    ▲ 옥포조선소 AP-2안벽에서 건조되고 있는 15만9800CMB급 LNG선 마린가스 린도스.ⓒ대우조선해양

    지난 14일 오전 11시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의 옥포조선소. 이날 AP-2안벽에서는 커다란 LNG(액화천연가스)선 한 척에 대한 의장 및 도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선박의 이름은 '마린가스 린도스'로, 주인은 그리스 안젤리쿠시스 그룹의 LNG부문 자회사 마린가스다. 적재능력만 무려 15만9800CBM(입방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선박은 오는 2015년 6월 거제도를 떠나, 그리스로 항해할 예정이다. 동절기 기준으로 5000만 한국 국민 전체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가스를 싣고 나를 수 있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마란가스 린도스'의 건조 작업을 신중에 신중을 더해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는 이 선박이 총 7척의 시리즈선 중 첫 번째 호선이기 때문이다. 1호선만 깔끔하고 완벽히 만들어낼 수 있다면 2호선, 3호선 등은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라 힘이 덜 드는 편이다.

    대신 1호선을 건조하는데 있어서는 독(Dock)에서 완전히 떠나보내기까지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긴장감이 이어진다. 특히나 0.1%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초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LNG선을 제작하는데 있어서는 두말 할 나위 없다.

    기자가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날에는 마침 LNG선 제작에 있어 꽃 중의 꽃이라 불리는 화물창 건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화물창에는 영하 163도의 극저온 상태의 LNG가 보관된다.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액화하는 이유는 액화 시 부피가 600분의 1로 줄게 되어, 운반의 효율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LNG의 비등점은 영하 162도인데, 이를 유지시키려면 화물창 내 온도를 163도로 유지해야한다. 결국 LNG가 기화되지 않도록 화물창의 단열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 또 최대한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얼마나 많은 양의 LNG를 저장할 수 있느냐가 LNG선 건조 기술의 핵심이자 조선소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있다.

    이런 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고의 LNG선 건조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총 18척의 LNG선을 수주, 이 분야에서만 48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야말프로젝트에 투입될 쇄빙LNG선 5척과 가스공사에서 발주할 4척의 LNG선에 대한 추가수주도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되며, 사실상 이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어, 2004년 20척을 수주할 당시 세운 '역대 최대 LNG 운반선 수주(연 기준)' 기록 또한 갱신이 확실시 된다.

  • ▲ 마린가스 린도스 내 화물창 건조작업 현장. 대우조선해양은 단열박스를 이중으로 설치하고 니켈 합금으로 만들어진 인바강판으로 이를 덮는다.ⓒ대우조선해양
    ▲ 마린가스 린도스 내 화물창 건조작업 현장. 대우조선해양은 단열박스를 이중으로 설치하고 니켈 합금으로 만들어진 인바강판으로 이를 덮는다.ⓒ대우조선해양


    이 같은 선주들의 '대우조선 LNG 사랑'과 관련해 송하동 프로젝트운영 1팀 선박CM 부장은 경쟁사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는 다른 대우조선해양 만의 기술 노하우를 강조했다.

    송 부장은 "대우조선해양은 경쟁사들과 달리 팔각형 형태의 화물탱크 내부에 단열박스를 이중으로 설치하고, 니켈 합금으로 만들어진 열 변형이 거의 없는 얇은 인바강판(멤브레인)으로 단열 박스를 덮는 보온 시스템을 사용한다"며 "단열박스는 핀란드에서만 생산되는 단단한 자작나무를 고집하고, 박스내부 보온재로는 화산재를 원료로 한 펄라이트가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경우 대우조선해양과는 약간 다른 방법으로 화물창을 제작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선상에 둥근 구(球) 모양의 화물창을 여러 개 얹은 모스형 LNG선도 건조하지만, 최근 대세인 멤브레인형 LNG선을 기준으로 양사는 팔각형 선체의 화물탱크 내에 1겹의 단열 패널과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멤브레인을 사용한다.

    이중으로 단열박스를 설치하는 대우조선해양의 방식과 비교해 돈을 덜 들일 수 있고, 좀 더 많은 양의 LNG를 적재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전성과 단열효율 측면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방식이 더 우수하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원가경쟁력에서 타사들에게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송 부장은 "대우조선해양은 단열박스 자동 설치로봇 등 원가절감을 위한 각종 생산기술을 자체 개발해왔고, 이를 통해 건조기간을 타사 대비 대폭 줄여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선주 입장에서는 더 비싼 원료로 만들어진 더 안전한 LNG선박을, 더 싸게 구매하면서도 더 빠르게 받아올 수 있는 매력이 대우조선해양에게 있는 것이다.

    특히 커플러베이스 선행설치, 시스템 발판 선행설치, 인바용접 자동화율 극대화 등의 신공법을 개발해낸 대우조선해양은 화물창 건조기간을 10개월에서 6개월까지 단축시키는데 성공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시스템발판의 경우 국내최초로 자체설계 및 개발에 성공하며 기존 대비 30%의 경량화는 물론, 투자비용도 획기적으로 절감함과 동시에 건조기간까지 단축시키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건조와 관련해 다양한 기록들도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0년 국내 조선소로는 최초로 해외 선주로부터 멤브레인형 LNG선을 수주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이 1990년대 모스형 LNG선 건조를 통해 초창기 LNG시장을 주름잡았다면, 2000년대 넘어서는 대우조선해양이 LNG시장을 호령할 수 있게 된 계기이자 신호탄이었다.

    또 세계 최초로 해상 선박에서 LNG를 기화해 육상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꿈의 기술로 불리던 LNG-RV를 건조해내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가스텍에서는 세계조선업게에서 유일하게 26만㎥ 급 극초대형 LNG선 설계를 완성해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올 3월 수주한 세계 최초의 쇄빙 LNG선 또한 강재 절단(선박의 사용되는 첫번째 철판을 자르는 작업)이 이뤄지는 등 건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