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공사가 전선 지중화 사업을 하면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업비의 절반을 지원받고도 신규 사업자에게 전신주를 세우는 공중지역보다 비싼 시설부담금을 부과하고 있어 설비 투자비를 고객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중화 사업으로 한전이 얻는 부가 수익이 적지 않은데도 사실상 설비 투자비 추가분을 고스란히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신규 사업자가 한전에 전기 공급을 신청하면 전신주가 설치된 공중지역과 지중화사업이 이루어진 지중지역에 따라 시설부담금이 달리 부과된다.
현재 소상공인이 주로 입점하는 근린생활시설의 전기 시설부담금은 공중지역은 5㎾ 기본 24만2000원에 6㎾ 이상은 ㎾당 9만46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전선 지중화지역은 5㎾ 기본 57만9700원에 초과할 경우 ㎾당 13만5300원을 낸다. 기본 5㎾를 기준으로 지중화지역이 공중지역보다 2.4배쯤 비싼 편이다.
지중화지역 시설부담금이 공중지역보다 비싼 것은 지중화 작업에 공사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지중화 작업이 공중지역보다 5배 이상 비용이 더 든다"고 말했다.
한전은 전기공급약관에 설비투자비를 일정 부분 회수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해놓은 만큼 시설부담금을 부과하는 데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한전이 공중지역 설비투자와는 달리 지중화 사업을 하면서 해당 지자체로부터 사업비의 절반을 지원받고 있어 설비 투자비를 고객에게 과도하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선 지중화사업은 전기사업자인 한전의 내부규정으로 추진하다가 2011년 산업부가 고시한 '가공배전선로의 지중이설사업 운영기준'에 따라 한전과 지자체가 사업비의 50%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한전에 따르면 공중지역 설비 투자비가 100만원이면 지중화지역은 500만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지중화지역은 지자체가 50%를 부담하므로 실제 투입되는 한전의 사업비는 250만원이다. 공중지역보다 2.5배 많다.
하지만 한전이 지중화지역 시설부담금을 공중지역보다 5㎾ 기준 2.4배쯤 더 많이 받으므로 지중화에 따른 한전 부담은 사실상 없는 거나 진배없다.
설비 투자비가 공중지역은 100만원, 지중화지역은 25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한전이 시설부담금으로 이를 회수하려면 공중지역은 4.13건, 지중화지역은 4.31건의 신규 공급 계약이 필요해 별 차이가 없다.
즉 지자체 지원금을 받고도 공사비가 더 든다며 지중화지역의 시설부담금을 높게 책정하면서 사실상 공중지역과 같은 공급계약 건수만으로도 추가 투자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전기공급약관에 공사비 일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는 근거를 통해 한전의 추가 투자비를 전부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자체가 세금으로 사업비 절반을 부담하면서 지중화지역 일부 상인은 이중으로 부담을 떠안는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전은 지중화 사업으로 해당 지역은 도시경관이 수려해지지만, 한전은 공중지역보다 공사비만 많이 들뿐 얻는 게 없다는 태도다.
한전 관계자는 "자재비, 인건비, 물가변동률 등을 고려할 때 시설부담금 현실화가 필요하지만, 2012년 산업부 전기위원회에서 인상요구안 69%의 절반쯤인 34%만 반영됐다"며 "한전은 (지자체 요청이 없다면) 공중지역으로 설비투자를 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전이 전선 지중화에 따른 정전사고 감소 등의 부가적인 이득에 대해선 모른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전사고 발생이 줄면 복구비나 관리비, 사고에 따른 민원 발생 감소 등 전기공급 품질이 향상돼 지중화 설비 투자에 따른 이득이 적지 않다는 견해다.
한전 지역본부 관계자는 "지중화 사업이 정전사고 발생을 줄여 전기공급 품질을 높인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상대적으로 비싼 지중화지역) 시설부담금을 통해 고객에게 투자비를 전가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