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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에 학생 수십 명까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 모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윤중기 부장검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상 상습 강제추행 혐의로 강 모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의 조사에 따르면 강 모씨는 지난 7월 서울세계수학자대회를 준비하던 중 다른 학교 출신 20대 여자 인턴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행사 조직위원회 회식 후 귀가하던 길, 서울 한강공원 벤치에서 인턴을 무릎에 앉히고 신체 일부를 만졌다는 혐의다.
인턴 성추행 파문이 일은 후,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나도 강 모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 27일, 서울대 본부 앞에서 학생 및 변호사로 구성된 비대위가 '피해자 X 기자회견'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이와 같이 검찰은 학내 학생들의 피해 증언이 쏟아지자 여러 명의 추가 피해자들을 소환, 조사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 혐의가 인정돼 강 모 교수에게 기존의 강제추행 혐의가 아닌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상 상습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나아가 이와 관련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직무대행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및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총협의회는 2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들은 성명서를 통해 "피해자들의 기자회견이 있던 날 학교가 취한 태도는 실망스러웠다"며 "고려대에서는 성추행 의혹이 있던 교수가 사표를 냈을 때 이를 반려하고 조사에 착수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학교가 적극적으로 수사에 응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 이들은 학내 성적 폭력의 원흉이 교수와 학생 간의 권력의 차이에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교수와 학생 관계에서 성적 폭력이 발생해도, 학생이 이에 대해 쉽게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김엘림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희롱 관련 판례 304건 중 3분의 1은 가해자가 대학교수였다.
이에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직무대행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및 대학원생 총협의회는 "권력을 매개로 이뤄지는 성적 폭력의 문제는 단순히 강 모 교수가 사표를 내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며 강경한 의사를 표했다.
이들은 또 "강 모 교수 사건은 용기 있는 피해자들로 인해 공론화가 됐다"며 "이번 사건을 학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하려는 태도에 따라 앞으로 일어날 지 모르는 교내 성폭력 문제들의 해결 방안 또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학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선 이번 사건의 해결이 가늠쇠라며 학교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에 방점을 놨다.
한편 지난 1일 서울대학교는 이번 사태에 대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학교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혀왔다. 강의 관련해서는 강 모 교수의 강의를 중지해 학생들로부터 격리를 시켰으며, 해당 강의는 대체강의를 통해 학생들의 수업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학교측은 또 "현재 서울대학교 인권센터가 나서 철저하고 정확한 진상조사에 임하고 있다"며 "조사결과에 따라 즉각 그에 따른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