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금융사기에 소비자 불안, 돈 인출해 금고에 넣기도1주일 넘게 지났는데… 정부당국 '실마리도 못 찾아'
-
예금주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계좌의 예금액 전액이 사라지는 일이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금융당국 모두 이렇다 할 원인을 집어내지 못해 금융소비자들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금고를 하나 구입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예금주도 모르는 사이에 계좌에 예치된 예금액을 빼가는 사건이 발생하자, 불안함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몇 달 전 경리직원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회사 공금을 날릴뻔한 걸 직접 막기까지 했던 그다. 그는 "여직원이 전화를 받더니 사색이 되기에, 무슨 전화냐고 물었다. 계좌번호 같은 걸 메모하기에 얼른 수화기를 뺏아 들었다. 보이스피싱이란 걸 직감한 후, 바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며 지난 일을 떠올렸다.하지만 그의 판단력도 예금주도 모르게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이러한 사건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A씨는 "언론보도를 보니, 예금주에겐 전화가 걸려오지도 않고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메시지가 오지도 않았다. 예금주 역시 범죄자에게 어떤 정보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돈이 빠져나간다면, 예금주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지 않느냐"며 "안심할 수 없어서 당분간 회사 자금을 통장이 아닌 금고에 넣어둘 예정"이라고 말했다.계속되는 무단 예금 인출에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달 25일 농협, 28일 우리은행, 지난 2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 예금주도 모르는 사이에 예금이 인출됐다는 사실이 각각 드러났다.이들 사건은 텔레뱅킹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보이스피싱이나 파밍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누군가에게 전화나 메신저 등으로 개인정보 입력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받지도 않았고, 그 밖에 다른 방법으로도 개인정보나 비밀번호 등을 입력한 적도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신종 사기수법이 등장했다는 의미가 된다.더욱이 해당 사건이 언론에 최초 공개된 25일 이후 1주일 넘게 지났지만, 정부기관은 현재까지도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해킹 등 전산 관련 피해를 예방 및 대응하는 국가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원인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KISA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고는 금융사고로 분류할 수 있는 만큼,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대응하는 중"이라면서도 "자세한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금감원에 문의해보라"며 책임을 금감원에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금감원 역시 현재까지 뾰족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고심하는 모습이다.금감원 관계자는 "어떤 경로와 방법으로 이 같은 범죄가 발생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자세한 경과를 알려드리긴 어렵다.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면 곧바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이유도 모른 채 통장의 돈이 빠져나가지만, 정부 당국은 아직 그 원인도 집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