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행 이유로 안전에 소홀 지적…잠재적 위험요인 적극 해결해야
  • ▲ 501 오룡호.ⓒ해양수산부
    ▲ 501 오룡호.ⓒ해양수산부

     

    사조산업 명태잡이 원양어선 '501 오룡호' 침몰 원인과 관련해 원양업체 간 쿼터를 사고파는 '전배' 관행이 무리한 조업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전배를 최종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서베링해가 악천후로 원양업계에서 악명이 높고 전배가 무리한 조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해수부가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안전문제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고 안전불감증을 지적한다.


    5일 원양업계에 따르면 전배 관행은 꽤 오래됐지만, 업계 관행이라고 해서 선사끼리 임의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전배를 하면 그만큼 선사의 배당량이 증감하기 때문에 정부 허가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선사끼리 전배가 이뤄져도 해수부에 보고해 허가를 받지 않으면 실질적인 추가 조업은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쿼터가 정해져 있어서 러시아 감독관이 외국 어선에 함께 타 어획량과 불법어업을 감시한다"며 "선사끼리 전배를 해도 정부 허가를 받고 러시아에도 (전배로 말미암아) 달라진 어획량을 통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침몰한 501 오룡호에도 러시아 감독관이 1명 동승했었다.


    이번에 사조산업이 전배로 추가 확보한 명태 물량은 1500톤쯤으로 알려졌다.


    사조산업은 지난 3월 러시아가 우리나라에 우선 배정한 3만톤 중 두 번에 걸쳐 총 5300톤을 받고, 10월7일 추가로 1만톤이 풀렸을 때 다시 1107톤을 할당받았다.


    할당량은 우리나라 5개 선사가 소속된 한국원양산업협회의 북양트롤위원회가 선사의 선박 규모와 실적 등에 따라 배분한다.


    사조산업은 엔진 마력 등이 낮다는 이유로 가장 적은 물량을 배분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조산업은 추가 물량을 배정받은 지 2주도 지나지 않아 10월22일 전배로 1500톤을 사들였다.


    사조산업 소속 선박은 10월까지 할당받은 쿼터의 절반이 넘는 2600여톤을 한 달 남짓 만에 채워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일단 전배가 이뤄지면 사들인 물량을 채우지 못하는 만큼 손해가 발생하므로 선사로선 추가 조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번에 사고가 난 서베링해는 원양업계에서 악명이 높은 곳이다. 연중 평균 파도높이가 5∼6m로 높고 평균 풍속도 초속 20∼25m로 센 편이다.


    베링해에서 조업하는 원양어선은 조업 전 기상도를 받아 해역별 날씨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조업 위치와 시간을 정한다. 하지만 기상 변화가 워낙 심해 승선경력이 많은 선장도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배를 허가한 해수부가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데도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안전문제에 뒷짐을 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문제를 제기한다.


    사실상 전배가 러시아 수역에서 명태를 잡는 원양트롤(북양트롤) 업종에서만 보이는 데다 낡은 배가 극한 해역에서 무리하게 조업하는 것이 위험한 일이란 것을 해수부가 몰랐겠느냐는 것이다. 해수부가 안전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다.


    원양업계 한 관계자는 전배 규제와 관련해 "전배를 없애면 선사에서 어떻게 해서든 할당량을 채우려고 무리한 조업에 나설 수밖에 없어 안전문제가 더 불거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다시 말하면 원양업계도 전배가 무리한 조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이런 처지는 사조산업처럼 전배로 추가 쿼터를 사들인 선사도 마찬가지다. 전배가 언제든 거친 서베링해에서 조업하는 우리 원양어선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장은 "악천후에서 현장 상황판단은 선장의 몫이라지만, 선장도 엄밀히 말해 선사에 소속된 몸"이라며 "선사에서 목표 달성을 강요하면 조금만 더 잡자는 생각에 방심하거나 피항이 늦어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원양업계에서는 전배 근절과 관련해 톤당 입어료를 내고도 쿼터를 채우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손해를 보전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이 없어 아쉽다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령 보험상품이 있어도 비쌀 수밖에 없어 선사에서 가입을 꺼릴 것"이라며 "해수부 차원에서 기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수부가 전배를 허가하는 것은 맞다"며 "다만 보험부분은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항으로 현재로선 (지원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