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관계인 집회'서 '빠른 매각' 강요당한 팬택
버티기 들어간 직원들 '급여 20% 삭감' 고통분담
  • ▲ ⓒ팬택.
    ▲ ⓒ팬택.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업체인 팬택을 살리는 것보다 매각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제기면서 채권자들의 주판알 튕기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지금부터 관심사는 채권자들이 팬택 부채를 얼마나 줄여주느냐다.

    팬택은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제1회 관계인(주주·채권자) 집회'에서 청산가치 1504억9500만원, 계속기업가치 1114억200만원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기업을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정리하는 게 390억9300만원 더 이득이라는 결정이다.

    팬택 매각주관사 겸 조사위원인 삼정회계법인은 이날 "희생절차를 진행할 경우 청산 시 평균배당률 12.26% 보다 1.54%p 낮은 10.72%를 변제할 수 있으므로 채무자회사를 청산하는 것이 회생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것보다 채권자들에게 유리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일부 채권자들 사이에서 팬택 부채를 얼마나 탕감해줄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받을 돈을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빨리 매각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팬택 인수가액은 더 떨어지게 된다. 인수자가 부담해야 할 부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팬택을 노리는 기업 입장에선 상황이 유리해지고 있는 셈이다.

    회사 형편 역시 한계선까지 치닫고 있어 '빠른 매각' 쪽으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휴대폰과 태블릿 PC 등이 최근 국내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재고 정리' 수준에 가까운 가격으로 물량을 내놓고 있어 회사 수익과는 직결되지 않는 실정이다.

    오히려 재고가 줄면서 청산가치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팬택 직원들이 이달부터 자발적으로 급여를 20% 삭감하며 회사를 좀 더 끌고 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살아날 가능성을 아예 무시할 순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 한 차례 공개매각에 실패한 팬택은 2차 M&A(인수합병)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회사를 살리겠다는 입장이다. 법원과 채권단 역시 청산보다는 인수합병을 계속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는 이번 관계인 집회에서 "화웨이가 저가 정책에도 불구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반면 베가아이언2는 출고가 인하 조치 후 즉시 개통이 급증하고 있다. 베가 팝업노트도 출시되자마자 완판되는 등 기술력과 제품경쟁력을 검증받았다"며 "M&A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고 자신했다.

    팬택은 오는 12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은 다음 이때까지 협상자가 나타자지 않으면 2차 관계인 집회를 열어 청산 또는 매각 여부를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