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동기부여 높이고, 선박 수주 본원 경쟁력 강화 조직 통폐합 및 슬림화 통해 효율성·신속성 제고
  • ▲ 현대중공업 계동사옥ⓒ뉴데일리 DB
    ▲ 현대중공업 계동사옥ⓒ뉴데일리 DB


    올 들어 영업적자만 3조원을 넘기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한 현대중공업이 성과위주의 연봉제 도입, 선박영업부 통합, 그룹 컨트롤타워인 기획실의 재정비를 통해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선다.

    8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5일 승진 및 특진 비율을 확대한 직원 인사 단행을 마지막으로, 오는 2015년 사업목표 달성을 위한 내부 체제정비를 마무리 지었다.

    먼저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임금체계를 변경하고 승·특진 비율을 높여 직원들 스스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이 2015년 신(新) 현대중공업의 특징이다.

    또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계열사별로 뿔뿔이 흩어져있던 선박영업부를 하나로 묶어 선박 수주에 대한 집중력과 경쟁력도 한층 높였다.

    아울러 기획실을 그룹 기획실로 격상시키며 현대중공업뿐 아닌 전체 계열사의 기획 및 조정 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그룹의 체질개선은 물론 위기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제도 마련했다.

    ◇ 연봉제 도입 및 승진·특진 비율 확대…직원들 자발적 성취 동기 부여

    현대중공업의 임금체계는 그동안 호봉제로 유지돼왔다. 다시 말해 업무 성과와 관계없이 연차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임금도 상승한 것이다. 직원들에게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제공해왔지만 그만큼 업무에 대한 의욕 및 동기부여는 경쟁사들에 비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사무직원들을 대상으로 새롭게 성과위주의 연봉제를 도입한다. 각자의 업무 성과에 따라 최대 ±30%(임원의 경우 ±35%)까지 차등을 둔다는 것이다.

    기존 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직원 A와 B가 있는데, 노력 여하에 따라 열심히 근무한 A의 연봉은 내년에 65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는 반면 태만한 B의 경우 3500만원까지 삭감될 수도 있다. 즉 본인이 열심히 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면 기존 호봉제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연봉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직개편 이후 제도개선팀을 사장 직속으로 설치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해 왔는데, 많은 직원들이 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차등 성과지급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은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회사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아래 실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은 대리, 과장으로의 승진룰도 각각 20%씩 상향조정했다. 또 특진비율도 지난해 8%에서 10%로 높였으며, 생산직 특진을 신설해 올해 27명을 특진하기도 했다.

    최대한 직원들의 성취의욕을 높이는 한편 낡은 관습을 타파하고, 젊으면서도 역동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해 2015년을 헤쳐 나가겠다는 현대중공업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 선박영업본부 통합…선박 수주 본원경쟁력 강화

    현대중공업의 또 다른 변화는 흩어졌던 선박영업부를 하나로 통합해 선박 수주와 관련한 본원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 외에도 육상플랜트, 건설장비, 엔진, 태양광 및 풍력발전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 중이다. 그러나 세계 1등 조선소라는 타이틀답게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선박 영업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 권오갑 사장의 판단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규모면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최근 수주 실적을 살펴보면 LNG(액화천연가스)선과 반잠수식 시추선은 대우조선해양이, 드릴십의 경우 삼성중공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선박영업부의 활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과 울산에 흩어져있던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선박영업부를 하나로 묶어 선박영업본부를 출범, 서울 계동사옥에 입주시켰다. 수도권이 아닌 울산에 위치해 우수인력이 이탈하던 문제도 함께 해결했다는 평가다.

    ◇그룹 컨트롤타워 기획실 재정비…체질개선은 물론 신속한 상황대응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기획실을 그룹 컨트롤타워로 격상시키며 권오갑 사장을 기획실장으로 선임했다. 이와 함께 기획실의 인원을 대폭 축소하고 기능은 통합하는 등의 작업도 거쳤다.

    기획실은 기획팀, 재무팀, 인사팀, 커뮤니테이션팀, 윤리경영팀, 준법경영팀, 자산운영팀 등 7개 팀으로 구성됐으며 현대중공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획 및 조정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 정기선 상무가 기획실에서 기획 및 재무업무를 맡게 되며, 현대중공업의 조선명가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도 모아진다.

    또 기획실이 현대중공업은 물론 그룹 전체를 아우르게 된 만큼 각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함께 조직개편을 통해 현대중공업은 7개 사업본부 체제를 유지하며, 본부아래 부문 단위를 기존 58개에서 45개로 22% 축소하고, 전체 부서도 432개에서 406개로 줄였다. 조직통폐합 및 슬림화를 통해 신속성은 물론 효율성까지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기존의 본부장 체제가 단기성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각 사업부문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본부장 직함을 '대표'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각 사업본부의 기존 부문장이 부본부장으로서 전결권을 대폭 이양 받아 일반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되며, 각 사업본부 대표는 조직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고 미래사업 추진, 원가경쟁력 강화, 조직문화 개선 등 해당 본부의 핵심역량 강화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